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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새입니까? - 브랑쿠시와 세기의 재판
아르노 네바슈 지음, 박재연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루마니아 출신의 추상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1876-1957)는 로댕의 제자이기도 하다.
이미 성공한 조각가였던 스승의 아류로 머물기보다 본인만의 독특한 추상조각을 지향했던 브랑쿠시.
이 책은 1926년 브랑쿠시의 <공간 속의 새, 청동>이 미국 뉴욕 세관에서 예술작품이 아닌 실용적인 물건으로 분류되어 40%의 관세(예술작품은 무관세)를 부과 받은 데서 사건을 다룬다.
당시 통관을 맡은 세관 관리원들은 조각으로 간주되려면 조각이나 주조로 재현하여 형태를 모방한 형태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브랑쿠시의 작품 Bird in Space가 새와 전혀 닮아있지 않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실용적인 물건으로 분류하고,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조각가를 비롯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예술과 실용 사이에서 여러 논의들을 이어가는 과정이 담겼다.
스토리 사이에 브랑쿠시의 또 다른 대표작 두 사람이 꼭 안고 있는 형상의 키스 연작도 등장한다. 하나의 돌덩어리가 두 남녀로 형상화된 단순한 조각은 기념비적 사랑의 상징 작품이다.
브랑쿠시의 세기의 재판에는 그의 절친이자 그의 작업을 지지하는 당대의 예술가들이 깨알같이 등장한다. 뒤샹, 칼더, 페르낭 레제, 장 브루베와 같은 실험적 예술을 이어갔던 그들의 교류는 미술사를 접하며 가장 흥미진진한 대목이기도 하다.그래픽 노블의 형식으로 다루어진 스토리는 상상력과 표현이 가미되어 진중하면서도 유쾌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작품의 제목이 연상되는 형태로 재현이 된 조각이라면 어떨까 하는 장면은 웃픈장면이지만 뼈 있는 논쟁의 장면이다.
현대성을 상징하지만 진보적이지는 못했던 뉴욕, 그리고 현대미술의 실체를 담은 이 사건은 결국 브랑쿠시의 손을 들어주었다.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는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사건?!들은 결국 예술을 한 단계 성큼 진보하게 만들었다.
브랑쿠시의 무한주는 이후 많은 예술가들이 오마주 하며 패러디를 이어나가고 있다. 최정화 작가의 <플라스틱 파라다이스>는 땅과 하늘과 사람을 잇는 매개로 자연과 인공의 어우러짐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그레고어 힐데브란트(독일) 작가의 작업은 브랑쿠시에 대한 오마주로 다채로운 색상의 바이닐(LP)판을 탑처럼 쌓아 올린 작업으로 표현했다. 이렇듯 예술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 변화하고 응용되며 여전히 많은 논쟁들을 제시한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