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 - 로베르트 발저 작품집
로베르트 발저 지음, 배수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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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국민작가로, 독일어권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로베르트 발저는 생전 아웃사이더로

살았지만 197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해석이 새롭게 이루어지면서 재조명되었다.

이미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많은 작가들의 작가로 언급이 되곤 하던 로베르트 발저의 책.

제목도 그의 삶도 호기심을 가득 불러일으켰다. 가난으로 중학교 중퇴, 많은 직업을 전전

하며 꾸준히 글을 쓰고 발표했다. 첫책이 출간되고 호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1차 대전

발발은 작가의 삶을 나락으로 끌어내리는 계기가 되었고 1933년 절필을 선언한다.

이 책의 가장 많은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대표적인 '산책'의 내용 중에 책에 대한 작가의 소신

이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내게 가장 먼저 다가온다.

"책이란 자기 주도에 서평을 꾀어내기 마련인데, 그 서평이란 것이 너무 독한 나머지 책이

그대로 말라죽어버리고 저자가 절망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경우에 따라 강력하고 치명적인 반격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인

나는 또 나름대로의 책을 논한다. 그것 또한 독자의 의무이자 권리이기도 하니까.


절필 선언 이후 걷기와 도보여행, 종이봉투 붙이기 이외의 활동을 하지 않았던 발저는 산책길

에서 발견한 하찮고 작은 것들에 관심과 애정을 보낸다.

빗방울은 당나귀 등판에나 덕망 높으신 분 머리에나 똑같이 떨어지는 법인데,

햇빛은 또 어떤가!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中>




그런 발저의 산책길을 따라가며 그의 시선과 마주하며 공감되는 문장들을 수집한다.

발저가 자연과 인간의 삶이란 반복으로부터의 아름다우면서도 매혹적인 도피라고 하지만

그런 모습을 아름다움이자 축복으로 받아들인 사람이다. 그런 과정에서 알게모르게 자신이

상처와 고통을 주었을 법한 사람들에게 가만히 용서를 빌기도 한다.

평생을 고독하게 살았던 발저는 한번이라도 고독했던 자는 다른 이의 고독이 결코 낯설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마도 작가의 문장들 중에서 우리가 와닿는 부분도 독자들의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과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일 것이다.

가장 길게 써 내려간 그의 산책은 마치 그의 마지막 유언처럼 안타깝게도 발저는 산책을

나섰던 크리스마스 아침 홀로 눈밭에서 생의 마지막 산책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잊혀졌던 작가는 김춘수의 시 詩<꽃>처럼 그의 이름을 불러준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들 속에서 여전히 꺼지지 않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한때 드높고 고상한 광채로 빛나다가 스러진 유적은 우리의 동정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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