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엄마 그리고 나
양정훈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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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를 결국 떠나보낸 사람들이 일관되게 말하는 게 있다. 우리는 무지하고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 더 귀한 것과 덜 의미 있는 걸 언제나 헷갈렸다고, 한정 없이 사랑하는 이의 등을 쓰다듬을 시간은, 눈을 들여다보고 같이 웃고 울 시간은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았더라고. "
<프롤로그 中>

노쇠한 어머니의 암 투병을 곁에서 함께했던 아들의 기록은,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은 겪어야 하는 부모님과의 이별 혹은 사랑하는 이들을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삶의 과정들에 대해 좀 더 숙고하게 만든다. 시대가 변해도 삶의 종지부를 눈앞에 둔 이들이 그토록 후회하고 후대에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도 일관되게 한목소리를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보장되지 않은 내일들로 소중한 기회들을 미루곤 한다.

삶이 아름답고 눈부신 이유는 사랑이 아니고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는 것들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그의 기록들은 삶의 역경들을 꿋꿋하게 인고해왔던 어머니가 투병으로 인해 점점 생의 종지부를 향해가는 과정을 함께하며 떠나야 하는 이와 남겨지는 이들의 안타깝고 복잡 미묘한 상황들을 여과 없이 기록함으로써 때로는 숙연해지고 때로는 진정한 삶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일상에서 언제나 변함없이 존재하고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우리는 종종 망각한다.

언제나 제자리에서 곁을 지키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래서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것들. 부모가 된 후 삶을 마주하는 시선이 달라지듯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어쩌면 힘든 것들을 소리 내어 투정하지 않게 되는 것이기도 하고, 측은지심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에는 한없이 강하게만 느껴졌던 부모님이 어느새 노년으로 접어들며 마음 가는 부분이 많아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도 생각보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주 잡았던 손을 놓아야 할 시간을 준비하는 모자의 모습에서 자식으로서의 나를, 그리고 내리사랑으로 온 마음을 다해 성장을 지켜보게 되는 내 아이로까지의 여정을 돌아본 시간이었다. 부모는 언젠가 생을 다하고 이 세상을 떠나지만 함께했던 날들에 함께 했던 따뜻한 말들은 하나하나 모아져 고단한 삶의 순간마다 따뜻한 온기로 채워나갈 에너지가 될 것이다. 소중한 시간들을 박제하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써 내려갔을 기록들을 따라가는
시간은 그래서 한 사람의 개인의 기록에서 거듭나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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