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뉴욕 수업 - 호퍼의 도시에서 나를 발견하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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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순간을 통틀어 오롯이 나"로 살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참 선물 같은 시간일 것이다. 오래전 아이를 동반하고 떠난 유럽여행에서 만난, 7살 아이를 두고 혼자 떠나왔다던 그 엄마는 꽤 자유롭고 즐거워 보였지만 내게는 좀 낯설게 다가왔던 것도 사실이다.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가끔 떠올려지는 그녀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멋졌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점점 챙기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한데 그 와중에 스스로의 시간을 야무지게 챙기며 살기 위해 더 많이 노력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런 점에서 낯선 도시 뉴욕에서 해외 연수의 1년간의 경험을 담은 이 책을 좌충우돌 견문록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여정이 또 대리만족처럼 기대되고 설렌다.

호퍼의 도시 뉴욕! 마침 호퍼의 서울 전시로 들썩? 이는 요즘 오히려 차분하고 고요하기만 한 그의 작품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어서 또 반갑다. 타인의 시선과 경험으로 드러날 뉴욕이 내게는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기대하며 책장들을 넘긴다.

책에서 저자의 여러 성향들에서 너무나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와닿는 문장들이 여럿 있었는데 취향에 대한 집착과 고집으로 싫은 것을 멀리하고 좋은 것들만 취하다 보면 아집과 독선의 세계에 갇히게 된다는 부분이었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꽉 막힌 중년이 된 건 아닌

가 하는 의심의 잣대를 내게도 종종 들이미는 요즘이다.


게르하트르 리히터의 <책 읽는 사람, 1994>는 저자의 전작(공부의 위로)의 표지 그림이기도 했고, 나도 이 그림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어딘지 일상의 많은 신간들을 텍스트의 바다에 빠져있는 내 모습과 오버랩되기도 하고, 책장을 펼쳐드는 순간 무한한 세계로의 접속이 되는

느낌이 좋아서 괴로울 때도, 휴식이 필요할 때도 여전히 내게 책은 그런 장르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내 머릿속의 뉴욕과 저자의 뉴욕 생활을 오버랩하며 몰입해서 읽는 동안 뉴욕에 더 가고 싶어졌다.

저자는 이 책을 좌충우돌 견문록이라고 명명했지만 그 시간들의 기록을 읽다 보니 알차게 꼬박 자신의 시간들을 야무지게 채워간 여정으로 다가온다. 책 속 어딘가에서도 쓰여있듯 우린 종종 책으로 세상을 배우려 하지만 직접 경험하고 부딪치는 과정에서 느끼는 깨달음과는 비교할 수 없음을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여행이 꼭 필요하다. 아이가 커가면서 마음과는 달리 여행다운 여행을 느긋하게 나서기가 힘든 것이 참 안타깝다. 그래도 올해는 꼭 여유 있는 시간을 내보려고 한다.



책을 읽기 전에 호퍼 화집을 보다가 저장해 둔 그림들이 책 속에 다수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 또 반가웠고, 내 감상과 저자의 감상이 더해져서 더욱 좋았다.만나지 않아도 책은 저자와 독자를 이어주는 징검다리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하고 있음을 또 느꼈던 시간. 훌쩍 떠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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