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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
파스칼 키냐르 지음, 백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2월
평점 :

두 음악가의 상반된 인생을 통해 언어를 넘어 영혼과 영혼의 소통을 그리고,
진정한 삶의 기쁨을 그린 <세상의 모든 아침, 1991>은 키냐르가 쓴 소설이
영화화되어 더욱 유명해진 작품이다. 작가이자, 음악가, 철학가이자 독보적인 문장가로
꼽히는 그의 책이 기대되었던 이유는 '문학이란 무엇인지' '문학적 글쓰기"에 대한
사색을 담았다는 소개 글이 솔깃했던 이유다. 많은 책을 읽기보다 제대로 읽기 위한
거장의 시선을 기대하며 펼쳐든 책.

'언어'는 등불일 뿐이라는 그의 문장과 더불어 책을 읽는 것은 떠돌아다니는 것이라는
독서에 대한 그의 비유도 와닿는다. 책 속 문장에서 방황하는 독서에서 마주하는
사색의 시간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수사학"에 대한 그의 정의로부터 시작한다.

<첫 줄> "철학이 생겨난 뒤 서양의 전역사에 걸쳐 흐르는 반 철학적 문학 전통을
나는 사색적 수사학이라고 부른다. "
작가란 작품을 통해 제 언어를 선택하고, 그 언어에 지배당하지 않는 자라고 하는
정의를 내린 키냐르는 독자들은 그 언어를 넘어서는 사색을 해야 하는 이유를 반복적
으로 강조한다.
삶 자체가 일상에서도 언어에 기대 있다 보니 소통의 중요한 요소로도 작용을 한다.
키냐르는 그런 언어를 매일매일 검의 녹을 벗겨내듯 눈부시게 반짝이도록 닦아야
하는 이유로 꼽는다.
문학을 통해 철학을 마주하는 일을 키냐르는 찜질에 비유한다. 생각을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뜻밖의 것들을 발견하는 일! 글로 쓰인 말이 허공에 뱉어지지 않듯
인간의 언어로 문학이 오래도록 이어지는 과정에서 문학의 역할이 작지 않은 이유다.
목소리는 하나의 얼굴이고, 억양은 또 하나의 장소처럼 문학 또한 다양한 삶의
장면들이 녹아있다.

언어로 걸러지지 않은 것을 부단히 살피고 기다리고 사색해야 하는 이유들을 논한다.
현재는 살아있는 것이고, 앞으로 올 것 사이의 투쟁이라고 말하는 키냐르.
키냐르는 언어는 등불 일뿐이라고 말한다. 이미 규정된 언어라고 해도 우리는 사유 안
에서 그 언어의 의미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고정관념과 편향된 생각에 치우치기
쉬운 나약한 인간인 우리에게 사유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담고 있는 이 책을 읽다 보니 조금 느슨한 그의 글이 더 궁금해졌다.
"삶은 번개이고, 우화이고, 거짓말이다.
어린아이의 숨결이고, 물 위의 그림이다.
밤을 지새우는 사람의 꿈이고, 꿈의 그림자다....... "
문학이나, 역사를 신화화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많은 부분들을 규정지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성적 욕망, 꿈, 꿈꾼 세상, 세상의 지평선, 문체, 다양한 인물들
사이에 머리카락 한 올의 두께도 없다면 모든 게 뒤섞여서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마침내 완전히 눈이 멀었으니 이제 교정을 끝낼 때다.
<파스칼 키냐르 Pascal Quignard (b.1948) >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