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질문들 - 마거릿 애트우드 선집 2004~202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재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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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어느 날 책벌레로 유명한 배우 엠마 왓슨이 프랑스 파리 시내 공공장소에 

캐나다 여성주의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The Handmaid's Tale) 100권

을 숨기고 이를 트위터를 통해 알려 화제가 되었었다. '책장 공유'(Our Shared Shelf)라

는 페미니스트 북클럽을 운영했던 왓슨이 누구나 가져가 읽을 수 있게 하는 

'북 페어리즈'(The Book Fairies) 라는 자원봉사 단체와 손잡고 책 숨기기에 나선 

것이었다.

 


 

<시녀 이야기>는 애트우드가 1985년 출간한 소설로, 여성이 출산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반(反) 이상향적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마거릿 애트우드 (b.1939)의 신간

《타오르는 질문들 Burning Questions 》은 그녀의 에세이 선집으로 글쓰기를 비롯해

문학, 환경, 인권, 페미니즘 등 애트우드가 평생 헌신해온 주제들이 다양한 형식의 

글로 62편의 글이 수록돼 있다. (2004-2021)

 


 

한때 재미 삼아 아무 페이지를 펼쳐 그날의 운세를 점쳐보는 책들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간혹 책꽂이에 꽂힌 책들 중 잊고 있던 책을 무심히 펼쳐들고, 마음에 다가

오는 문장들을 만나는 순간의 기쁨. 다양한 주제의 질문들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고 노련함과 유연함이 느껴진다. 이야기 백과처럼 많은 이야기들이 빼곡

하게 담긴 모음집을 좋아한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타오르는 질문들 2004-2821>은 그렇게 펼쳐들기 좋은 책이

기도 하다.

 

오늘 내게 너무나도 와닿았던 글은 바로 섣부르게, 혹은 나이 탓 다른 말로 호르몬의

탓 (에트 우드가 치즈가게에서 낯선 이에게 참견을 하려다 딸에게 범인 잡는 형사에게

끌려나가듯 이동하는 상황이 나와 우리 딸의 일상에서도 종종 나타나는지라 _세계 

공통)에 생면부지 남에게, 혹은 젊은이들에게 묻지도 않은 조언을 하는 것에 대한 

단상.

 

역시 이 언니는 이렇게 뻔한 이야기에도 [햄릿]을 들고 나오신다.

"너의 인격을 지켜라. 생각에 혀를 달아주지 말고, 부적절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말고, 친절하되 절대 경박하게 굴지 마라. 귀는 모두에게 열어주되, 입은 소수에게만

열어라.

모두의 비판을 받아들이되 너의 판단은 유보해라. 무엇보다 너 자신에게 진실해라."

 

때로 젊은 사람들은 연장자의 조언을 원하지 않는다. 일장연설을 생략해도, 지시 

사항을 줄줄이 읊어주지 않아도 그들은 무사할 수 있다. 젊은이들은 항해에 나서며 

당신의 배웅을 바란다. 그 항해는 그들 스스로 해내야 하는 항해다.

그들은 다만 축복을 원한다.

넘쳐나는 내 지식이 유용하게 쓰이겠다 싶은 상황에도 부디 참으시라!는 애트우드

언니의 말씀.

 


 

과거에 전쟁, 지진, 대량 학살 같은 재앙에 대응했던 예술가들처럼 자신도 병에 쓰러

질 때까지 흑사병을 기록했던 사람들처럼, 건물 다락의 은신처에서 나치에 발각되는

순간까지 일기를 썼던 안네 프랑크처럼 .. (중략) 옌롄커는 중국 대약진운동 시기의 

대기근과 집단 아사, 지식인들의 탄압을 그의 소설 [사서]에 담았다. 민주주의가 

붕괴하고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할 때 누군가는 반드시 그 전개 과정을 기록할 것으로

믿는다. (중략)

역사를 통틀어 예술°에 거는 기대는, 주어진 시간과 장소에서 최대한 강력하고 

웅변적으로 인간 됨의 의미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트럼프 치하의 예술 中>

에트 우드는 그런 기록들을 '증인 예술 witness art'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이렇듯 다양한 주제의 스펙트럼을 넘나들지만, 가장 애트우드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묵직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책이다.

짧은 기간동안 휘리릭 읽고 넘기기엔 적절하지 않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구촌의 

우리가 함께 질문하고 생각을 나누는 장으로서의 매개체가 되기에 충분한 책이다.

모두에게 강추하고 싶은 책.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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