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몇 년간 출간되는 예술 도서들에서는 미술사에서 간과되었던 여성 예술가들과 익히 봐왔던 명화들에서 발견되는 여성 누드에 대해 새롭게 보기를 제안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단순히 여성차별과 혐오 혹은 폄하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열 가지의 키워드를 통해 왜 위대한 여성미술가가 존재하지 못했는지 시대적인 배경부터 고정관념 속 여성에 대한 편파적인 시선들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과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여류"라는 한계를 안고 당시 프랑스에서는 여성이 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것이 경범죄에 해당했던 까닭에 바지를 입기 위해서는 경찰의 허가를 받기까지해야 했던 시대 상황에서 양성평등이라는 사상은 유토피아적인 환상일 뿐이었고 이를 감수해야 했던 여성들은 자신의 화업을 펼쳐나갈 환경을 마련하기 어려운 시대였다.19세기 파리에서는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채 돌아다니는 여성은 노동을 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낮은 신분의 여성이거나 남성을 유혹하려는 매춘부 취급을 당하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남성 누드가 훨씬 더 많았음에도 여성과 남성의 누드는 다른 시각으로 해석되기 일쑤였고, 폄하되어 제작되거나 해석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
1985년에 결성된 게릴라 걸스는 여성미술인 모임으로 여성작가와, 미술 평론가, 미술사가 등 페미니즘 의식을 가진 미술계 여성들이 전방위적으로 모인 단체다. 이들은 문제가 되는 미술관이나 전시행사에 고릴라 가면을 쓰고 나타나 미술관이나 전시 제도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포스터와 문건으로 자신들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미술관의 현대미술 분야에서 여성미술가들의 작품은 5퍼센트 미만이지만 미술관에서 소장하는 누드화의 85퍼센트가 여성을 그린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로 여성은 미술관에 옷을 벗어야 들어갈 수 있느냐는 항의성 문구를 담았다.
게릴라걸스guerilla 철자가 고릴라gorilla로 잘못 표기되는 바람에 고릴라 가면을 쓰게 되었다고 전해지는 이들은 여전히 활동 중이고 이들이 발간한 저서도 여러 권이 있다.
회화의 지존으로 꼽히는 벨라스케스의 비너스가 영국 내셔널길러리에서 한 여성의 테러로 무자비한 공격을 받은 이유는 당시 영국에서 여성이 투표 참정권이 없었다는 정치적인 상황이 반영되었던 사건이다.(1914 ) 이렇듯 그림 속 여성은 실제의 삶이 배제된 남성 시선
의 산물이라는 관점에 대한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난다.
"Mirror Mirror on the wall , who's fairest of them all?"
거울과 여성이라는 프레임에 씐 왜곡된 많은 허영과 성차별적 고정관념은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일반화된 여성 폄하의 한 장면이 아닐까.
많은 여성들은 화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자화상으로 당당히 드러냈다.
이들의 삶과 그림은 도덕적 장벽과 미술 전통의 문법을 과감히 탈피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갔고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고 정직하게 그려 낸 누드, 자화상 등에서 느껴지는 아우라는 그 의지를 분명히 느끼게 한다.
불합리하고 불편한 여성미술사를 드러낸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음이 뜨거워졌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에 비해 우리의 삶과 생각은 그리 크게 변하지 않는다.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합리적인 삶의 방향을 찾는 일 또한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가 기존의 고정관념에 예속되지 않고 세상을 보는 시선을 종종 점검해 봐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