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그린 사람 - 세상에 지지 않고 크게 살아가는 18인의 이야기
은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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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를 하기도 바빠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여유가 없는 시대, 나를 드러내는 일에 적극적이어야 살아남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시대. 그 와중에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고 있으나 들어주는 사람들이 없어서 자신의 목소리에 함몰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사회생하게

해주는 이들이 있어서 세상은 그래도 살만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생긴다. 은유 작가의 인터뷰집을 읽다 보니 종종 그녀가 드러났던 몇몇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모아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비로소 귀 기울여 들을 준비를 한다.

그저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길은 명확하지도, 곧은 길도 아닌 종종 돌발 상황들도 생기고, 의외의 길로 잘못 들어서기도 하고, 예상과 기대와는 다른 장애물들이 많다. 소신대로 조심스럽게, 혹은 용기 내어 발을 디뎌보지만 목적지까지 당도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여정에서 좋은 동행을 만난다면 잠깐의 짐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서로의 곁을 지키며 가까이 서있는 것만으로도 온기가 전달되는 신기한 현상.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일, 그러나 꼭 필요한 일. 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급급해 옆 사람이

넘어져도 알아채기 힘들고, 알아차릴 여유도 없는 것은 아닌지.

타인의 큰 상처보다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프다는 말은 그래서 괜한 말이 아니다.

사는 일 자체로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작은 안도를 갖게 한다. 한 인간이 되는 일은 때때로 인간들을 감내하는 일이라고 했던 카프카의 말처럼, 전 지구적 인간, 동식물, 생태계 모든 존재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의 근거가 되

는 공생적 인식의 전환을 이야기했던 책 속 인터뷰이의 말처럼,

문장의 쓰임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허공에 흩어져서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는 말과 생각을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기고 전달하는 일이고,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는 말들을 귀담아듣고 기록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대화들이 끊임없이 이어졌으면 좋겠고,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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