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지난가을겨울은 덕수궁 미술관  박수근 화가의  전시교육을 준비하며 박완서의 <나목>을 읽었다.

박완서의 작가 데뷔작이자, 한국전쟁 전후의 암울했던 시대상 속에서 두 예술가의 인연이 소설 속에 담겨

시대상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었다. 다소 늦은 나이에 작가로 등단하였으나 그녀의 글은 진솔하게 사람

들의 마음속에 남아 여전히 문장으로 그 여운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책은 여우비의 겨울 감성 '여우 눈'이라는 키워드가 되어 손끝에서 금세 녹아버리지만 따뜻한

정서로 여운을 남기는 그녀의 문장들과 닮아있다.

 

박완서의 책은 제목에서부터 와닿았던 몇 권의 책에 대한 기억이 있다. 이제는 하나의 인용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가 될 만큼 그녀의 문장들이 주는 힘은 고요하지만 울림이 있다.

인생이란 과정의 연속일 뿐 이만하면 됐다 싶은 목적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그녀는 말한다.

결과 지향이 아닌 과정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우리는 종종 일상에서 결과에

집착하느라 과정의 즐거움을 누릴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닌지.

 

책 제목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작가는 어떤 글을 쓰더라도 허튼소리 하지 않고, 모래알만 한 조그만

진실이라도 매질하듯 다듬고 쓰고 있다고 고백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듯 말의 토씨 하나만 바꿔도 문장이 주는 느낌은 확연하게

달라진다. 우리는 종종 일상에서도 그 문장과 말의 토씨 하나로 인해 얼마나 많은 오해와 서운함을

주고받는지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작은 것이 주는 힘을 생각한다.

 

며칠 전 함박눈이 펑펑 내려 세상이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고요하고, 추위마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포근한 느낌이 들었던 것처럼 책을 읽는 내내 문장들에서 그런 온기가 느껴졌다.

우리는 종종 큰 꿈을 꾸고 큰 기대감으로 살아가지만 정작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생각보다

사소함에서 비롯된 다는 것을 안다. 예사로운 아름다움도 어느 시기와 만나면 깜짝 놀랄 빼어남으로

빛날 수 있다는 신기한 발견을 작가는 우리에게 일깨우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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