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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앙스 - 성동혁 산문집
성동혁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2월
평점 :

시인의 첫 산문집을 소개하는 문장들을 읽고 가졌던 나의 기대감이 너무 무심하고 가벼웠던 것은 아닌지
마음이 철렁했다.
삶의 모든 순간이 모두에게 똑같이 느껴질 수 없듯,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 우리는 이미 코로나 2년차를
겪으며 충분히 느껴왔고, 예상보다 길어지는 날들에 절망했고, 또 희망을 갖는 날들의 연속이다.
출퇴근길 전철에서 읽을 책으로 들고나갔다가 여러 번 울컥해서 눈물을 삼켰다.
너무 일찍 철이 든 사람의 마음에 대한 공감,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 감정이입이 더 커졌는지도
모르겠다. 가장 절박한 순간 가장 큰 용기가 나는 것도 어쩌면 간절함의 또 다른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친구가 두고 간 빛으로 일주일을 버티게 되었다는 시인의 문장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무심히 던진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오래도록 상처를 남기고, 또 누군가는 그 말을 버팀목 삼아 평생을
살아간다. 말로 덕을 쌓는 사람이 되고 싶은 이유.
꼭 시인이 아니라도 일상의 언어를 고르고, 문장들을 다듬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다.
유난히 말이 고운이가 있고, 유난히 말에 날이 선 이들이 있다.
의도와 다르게 온기를 품고 건넨 말이, 왜곡되는 일도 있다. 어쩌다 유난히 말을 많이 하게 되는 날들의
끝에 느껴지는 공허함을 떠올린다.
10년 다이어리를 꼬박 2년째 쓰고 있다. 간혹 바빠서, 귀찮아서 빠뜨린 날들도 있지만 일상의 루틴이
묘하게 반복되는 순간들을 마주한다. 그래서 또 열심히 기록하려고 한다.
시인은 삶을 작고 희귀한 것이라 세심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했다. 멀리멀리, 크게 크게보다는 다정하게
살고 싶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문장이 주는 힘에 대해 여러 번 생각했다. 많은 생각을 하다 보면 생각에도 왜곡이 생길 때
가 있다. 스스로의 생각에 취해 휘청거릴 때가 있다. 글을 쓰는 것은 문장으로 엮어놓은 생각들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왜곡되고 모난 생각들이 글로 쓰이는 순간 필터링이 되는 묘한 효과가 있다.
책 제목 "뉘앙스"는 어감 따위의 미묘한 차이에서 오는 느낌이나 인상을 뜻하는 말이다.
사랑할수록 작은 뉘앙스에 휘청거린다. 섬세한 시인의 문장을 마주하며 여러 번 휘청거린 순간들은
역시 애정 하는 사람들을 떠올린 순간이었다.
나를 위한 기도보다 타인의 기도가 더 효과가 있다는 말이 있듯, 시인의 건강한 날들을 기원한다.
또한 시인이 자주 기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