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우리돌의 바다 - 국외독립운동 이야기 :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편 뭉우리돌 1
김동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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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인생의 답을 찾으려 여행을 떠나고, 길 위에서 마주하는 우연함 속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관점과 마주하는 순간이 있다. 관점이 바뀌는 순간 보이는 것도 달라진다.

👣

"고백하건대
나 스스로도 잘 알지 못했던 역사였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시간을 살았다.(중략)
역사는 기록할 때 역사가 될 수 있지 않나." (작가의 말中)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동우 기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국외 독립운동의 이야기의 파편들을 사진으로,

기록으로 남기는 행보를 시작했다. 이 책의 소개를 읽었을 때 개인적으로 더 반가웠던 이유는 몇 년 전

덕수궁 미술관에서 진행되었던 전시 중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부분이

생각나서였다. 덕수궁 전시는 근현대사를 포함하고 있다 보니 늘 우리 역사 속 숨은 의인들, 특히 독립

운동을 했던 이야기들을 빼놓을 수 없다. 그 파편들의 한 조각을 누군가 찾아내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숨은 역사, 혹은 사라졌던 역사는 세상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책 제목 <뭉우리 돌>은 둥글둥글하게 생긴 큰 돌을 의미하고, 백범 김구의 <백범일지>에 저항정신을

상징하는 말로 기록이 되어있다고 한다. 해외 각지에서 뭉우리돌이 되어 조국의 독립운동을 이어갔던

사람들의 이야기. 가장 의로운 활동이었음에도 차마 드러내고 할 수 없었던 그 일들에 대한 기록이다.

 

<뭉우리돌의 바다>는 첫 번째로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편을 수록했다. 애니깽 농부들, 체 게바라의

동지, 한인 최초의 백만장자, 우리 공군의 역사가 시작된 곳,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우리 민족이

살아있음을 만방에 알리고, 매일같이 본인이 누구인지를 자각하며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었다. 월급에서 얼마를 떼어 독립운동자금을 마련하고 밥을 챙겨 먹듯 독립운동은 그들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이었다.

작가는 그런 그들의 생의 모습이 아닌 죽음으로 남은 존재를 기록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안타까워하지만 그런 기록들은 소멸된 역사의 시간과 그 시간 속의 사람들을 역사의 중요한 기록으로

복원하고 흔적으로 선명하게 각인하는 일이다.  책에는 작가의 기록으로 역사 속의 흔적과, 공간들에

대한 사진이 많이 담겼는데 생경함과 혹은 익숙함이 충돌하여 쓸쓸하게 느껴지는 장면이 많았다.

책 속에 수록된 공간, 장면,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사진을 찍을 때 작가는 인공조명이 아닌 최고의 빛이

되는 시점까지의 기다림을 더했다. 번거롭고 쉽지 않았을 그런 장치들을 작가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자

추모의 의식이라고 말한다.



자기 집 뒤뜰의 조상의 나라와 본인이 태어난 나라 국기로 꾸며놓은 생경한 풍경, 그곳에 그려진 태극기

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우리 역사와 민족 모두를 아우르는 장면이자 다짐이다.

작가는 고된 여정에서 마주하는 그 후손들이 차려낸 고국의 익숙한 밥상에서 기억보다 또렷하고

언어보다 질긴 민족의 끈을 느끼기도 했던 장면을 식탁에서의 황홀경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책 속에서 내가 반가웠던 부분은 캐나다 언론인 매켄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는 1904년 런던의 <데일리 메일>지의 극동 특파원으로 파견되어 러일 전쟁을 종군한 것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에 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저서<대한 제국의 비극>은 의병 종군기로서는

제3국인 이 쓴 유일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 책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의 독립운동>을 저술하게 했던 사람이 바로 황기환이라고 했던 분이라는 사실이 책 속에 소개된다.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일본의 잔혹함과 독립운동의 정당성을 설득하여 집필을 하게 했던 장본인은

바로 이런 민간독립운동가들의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였음이 새삼 뭉클하게 다가왔다.

전시해설할 때 매켄지에 관한 이야기와 책 소개를 여러 번 했어도 이런 내용을 이제서야 알았다.

 

"사진은 이미지다.

사진의 역할은 주름이 가진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다.

사진은 그 소리 없음으로 과거의 모든 시간을 끄집어 내야 한다."

작가는 사진 한 장면으로 역사의 내용을 전부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담은 장면들은 사진 한 장에 담기 위한 그의 노력과 발품과, 시간과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담겼음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겠다.

많은 역사의 장면과 시간에는 분명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이들의 흔적이 많을 것이라는 자각과

노고를 아끼지 않고 장면들을 일깨워준 작가분의 행보에 감사하게 하는 광복절의 전야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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