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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가난해서
윤준가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6월
평점 :

요즘 많은 책들이 브런치 북을 통해 등단하는 추세가 되었다. 이 책도 그렇게 출간된 이 시대를 사는
자신의 일상을 글로 담았다. 그래서 더 친숙했고, 그래서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책 제목 <대체로 가난해서>
사실 이 책의 제목은 오히려 낯설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요즘은 누가누가 더 잘 먹고 잘 살고 있는지를 경쟁하는 장들이 매일매일 펼쳐지다 보니 오히려 이런
주제가 더 솔깃했는지 모르겠다. 출판사에서 책 소개 글이 올라왔을 때부터 "일상 속 가난한 이야기"라는
주제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순신 장군이 남긴 명언"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가 아니라 나의 "가난"을 이렇게 체계적으로
조목조목 솔직하고 당당하게 읊어대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는 가난하지 않아서 다행이다가 아니라
그간 많은 가난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했다.
여건이 안 돼서 누리지 못한 부유함과 풍족함보다 가성비를 따지고 실속을 추구하다 보면 어느새 가난한
습관이 편하게 와닿는 순간이 있다. 문득 가난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궁금해서 찾아봤다.
(사실 나는 종종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는다.) 가난의 사전적 의미는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하거나
그런 상태라고 나온다. 이 또한 사전적 의미에서조차 가난의 개념은 참으로 모호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내 기억에 과거에는 대부분의 가정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 중산층의 벽이 높아졌다는
소리가 종종 들린다. 도로에는 외제차가 넘쳐나고, SNS에서는 명품들이 일상처럼 등장한다.
외모와 행색만 봐서는 그 사람이 부유한지 가난한지 알아낼 수 없다. 저자가 자신의 가난을 조목조목
드러내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 그대들도 각자의 가난에 함몰되지 말고
대체로 행복하게 잘 지내보자는 파이팅으로 들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구나 물질적이거나, 정신적으로 가난함을 질량보존의 법칙처럼 일정량 장착하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많은 책들을 읽다 보면 나이 서른 혹은 마흔에 세상을 득도한 사람이
많이 등장한다. 삶은 쳇바퀴 같아서 누구나 어린 시절을 거쳐 저절로 나이가 들어간다. 나이가 많고 적음
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많은 경험 속에서 유연함을 갖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찍 철이 들어야 하는 청춘들을 마주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 어쩄든 우리는
매 순간 자발적으로, 혹은 어쩔 수 없는 상황들에서 종종 가난을 경험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가난한 야박한 어른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