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도시 - 공간의 쓸모와 그 아름다움에 관하여
이규빈 지음 / 샘터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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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간을 마주하더라도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험도 좋지만 시선이 다른 이들의 눈을 따라가보는 과정에서 우연히 나의 또 다른 취향을

발견하는 것도 즐겁다. 이 책은 건축가의 시선으로 일본, 중국, 미국, 브라질, 프랑스의 공간과 마주했던

이야기를 담았다.


덕수궁 미술관 건축에 관한 해설을 하며 도면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이후 도면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고, 토목설계를 하던 남편의 직업병?!때문에 도심에 빼곡한 교량이나 다리를 보면

스틸 박스 거더 교 같은 전문용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엊그제 암사대교를 지나며 자기가 설계한 거라고

생색을 내며 반가워하던 남편과 전혀 관심 없던 나. 근데 신기한 건 남편은 지하철역 출입구 번호를 진짜

정확히 알아내는 능력이 있다. 설계할 때 공식 같은 걸 적용한다나 뭐라나.

건축가의 시선답게 장소에 대한, 건물에 대한 도식화된 분석과 시선을 따라 새롭게 도시와 건물을 마주

했다. 간혹 와닿지 않거나 설명으로 살짝 공감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림을 보고도 이해가 안 되는 비전문가의 비애. 업무차 나선 저자의 시선은 독자인 나의 기대치와 살짝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지만 건축가의 시선을 필터로 장착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도시재생에 관한 꾸리치바의 이야기가 실렸다. 이 도시에 대한 그림책을 기반으로 아이들과 수업

했던 기억이 떠올라 개인적으로 반가웠고, 벤치마킹의 올바른 사례들은 서로 윈윈하는 가장 바람직한

사례들이라고 하겠다. 외관상으로 아름다움만 추구하다 폭망한 사례들을 우리는 종종 도심 한복판에서

확인하곤 하는데 실용과 심미에서 당연히 건축은 실용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축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건축가와 예술가의 시선이 맞닿는 장면들이 포착된다. 인상적이

었던 또 하나의 건축적 설계로 보존된 역사적인 현장의 장면들은 공간의 쓸모와 의미에 대해서도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유럽여행을 갔을 때 100년 이상 된 건물들이 즐비했던 도심의 도로가 건물의 안전

을 위해 아스팔트가 아닌 돌을 사용했다는 점이 무척 놀라웠는데 해마다 도로를 갈아엎는 장면을 쉽게

목격하고 새 건물이 들어서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우리나라의 모습과 또 대조적이었던 기억이났다.

 

도시와 디자인은 이제 지자체별로 모두 특색을 담고 외형상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추구하는 외형적인 디자인만큼 공간의 쓸모와 실용에 대한 오래 지속 가능한 건축물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구환경이 해마다 빠른 속도로 위기의 신호를 보내오는 와중에 건축물 또한

환경을 생각하는 요소들을 고려해서 지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은 나만의 욕심일까?

쉽게 지어지고, 쉽게 허무는 건축물이 아닌, 오래도록 세대를 이어갈 수 있는 건축물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던 윈스턴 처칠의 말은 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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