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의 기억 1
윤이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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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었던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테마는 사람의 기억을 삭제하고 이식하는

뇌과학자의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누구나 일생에 한 번쯤은 꿈꿔보는 몇 가지 허황된 상상이나 바램을 꼽는다면 기억을 조정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꼽을 수 있을 만큼 사람의 정신세계와 관련된 막연함이 불러오는 허황된 상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일들이 어느 순간 실현된 순간을 재현한다.

 

몇 년 전 한창 유행했던 8,90년대를 그렸던 드라마에서 물을 사서 마시고, 전화기를 손에 들고 다니는

상상을 하며 말도 안 되는 현실이라며 웃어버리던 그 장면이 지금은 현실 속 깊숙이 들어와있는 것처럼

어쩌면 책 속 설정인 사람의 기억을 삭제하고 이식하는 기술이 멀지 않은 미래에 실현 가능한 날들이

올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개발한 기억 삭제와 이식의 기술을 적용해서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은 전능한 과학적인 기술과는

별개로 또 다른 여러 문제점들을 드러낸다. 기억을 통해 복원하는 기억들을 다시 순차적으로 배열하여

인과관계를 끌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컴퓨터의 데이터처럼 일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점에서 전능한 과학의 힘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함정이 있다.

모든 분야에서 최상의 상황이라는 것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기억과 망각이 존재하는 삶

그마저도 자연의 한 부분이 아닐까 책장이 뒤로 넘어갈수록 드는 생각이었다.

 

소설은 표면적으로는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지만, 그 내면에 담긴 과학의 발달과

인간의 삶의 여러 상황들에 대한 인과관계를 심층 깊게 다루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크거나 작은 트라우마를 잠재하고 있다. 사람에 따라 트라우마가 삶의 큰 장애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기억이라고 하는 것이 시간에 따라 퇴색하고, 왜곡되는 과정이 자연치유의 또 다른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좀 과장일까?

사람의 기억이라고 하는 것 또한 시간이 지나며 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위험이 있고, 실제로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하듯 기억을 삭제하고, 이식하는 일들이 일어난다면 분명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두려

움 마저 들었다. 과학이 발달하면 무병장수 100세의 삶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과거의 어느 날처럼.

현대사회로 올수록 전염병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삶 자체가 이렇게 점점 발전해

가는데도 새로운 변이들이 등장하는 과정을 보면 무력감마저 드는 순간이 있다.

책 속 주인공도 기억을 보면 진실을 관통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그마저도 착각이었다. 기억은 늘

한쪽 면만을 보여준다. 자꾸 단면만 보다 보면 진실을 대하는 태도가 무너진다.
오히려 시간의 흐름과 함께 기억 또한 왜곡된다는 사실은 인간의 기억 또한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자연

치유의 과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망각은 어쩌면 책 속 문장처럼 신의 축복인지도 모르겠다. 막상 손에 넣고 보니 그것이 보물이 아니었던

그런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더운 여름날의 더위를 식혀줄 몰입감을 원한다면. 그리고 한 번쯤 기억의 이식과 삭제를 상상해 본 분들

이라면 읽어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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