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어가 된 조선 유학자, 윤휴 - 왕과 사대부, 그리고 사관마저 지우려 했던 조선 최초의 자유로운 사상가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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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역사서의 대가 이덕일 작가의 책이다. 마침 얼마 전에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다룬 영화도

보고 10년 만의 개정판이 시의적절하게 다가왔다.

무려 340여 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는 조선시대의 유학자이자 사상가 윤휴.

사대주의로 인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윤휴는 유언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허무한 생의 마감을

맞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이덕일 작가에 의해 그의 존재가 재조명되었다.

윤휴는 자유롭게 유학을 연구하며 당대의 지성으로 꼽히던 학자였다. 왕에게 북벌을 제안하는 상소를

올리고, 남녀와 반상의 차이가 없음을 학문으로 가르치기도 했다. 

 

백성에게 과하게 부과되는 세금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 부국강병을 위한 실질적인 정치를 제안하기를

꾸준하게 실천하던 윤휴의 말로는 오히려 비참한 사형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어느 시대나 관행처럼 자행되는 다소 불합리한 정책이나 규율에 대한 반기를 드는 것은 정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곤 하는 경향이 강하다.

얼마 전에 봤던 영화 <자산어보>에서도 갓 태어난 아이에게 호포를 물리는 관행이 막무가내로 자행되는

상황들이 연출되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의 얄팍한 주머니 사정과는 무관한 실속 차리기 행정이

시대를 넘어 여전히 병폐로 낯설지 않다는 점이 씁쓸하다.

 

윤휴의 죄는  첫째, 신성불가침의 영역인 주자의 학설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독보적인 학문 세계를 구축

하고자 한 죄, 둘째 서인 당파의 당론이었던 북벌 불가에 저항하며 조선을 동아시아의 맹주로 만드는

부국강병을 도모한 죄, 셋째 사대부 계급의 특권을 타파하고 반상과 남녀의 차별을 넘어선 세상을

실현하려 한 죄. 이 때문에 윤휴는 죽어야 했고 그 이름은 조선 최대의 금기어가 되었다.

정의를 추구하는 소수는 늘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

다수결이 완벽하고 합리적인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대부분의 경우 다수의 진리가

마치 진리인냥 설득당하기도 한다.

촘촘하게 이덕일 작가는 윤휴가 살았던 시대와 그 시대를 풍미했던 사상들이나 규칙을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묘사했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마음 한편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오랜 과거 속

정치적인 환경과 그리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인 것 같다.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그의 많은 제안들은 무참히 거부당했지만 비 온 뒤 더욱 쑥쑥 자라는 죽순처럼

시대를 넘어 계속 그런 주장들이나 요구들이 반복되어 드러나는 현실이 마치 쳇바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디지만 그래도 조금씩 변화를 가져오리라고 기대해본다.

세월과 풍파에 그런 모난 정책이나 관행들이 다듬어지고 변화해나가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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