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정의 - 표창원이 대한민국 정치에 던지는 직설
표창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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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분석 전문가, 범죄 심리학 등 예리한 프로파일러로 대표되는 표창원의 정치 입성은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부분이었다. 정치판(?!)에 대한 선입견도 있었지만 본인의 분야에서 신뢰를 주는 활동을 하고

있던 터였는데 왜? 굳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계에 입성한 정치인 표창원의 행보는 그리 길지

않았다. 이 책은 정치와 무관했던 한 시민이자, 프로파일러의 시선을 가진 표창원의 정치인생 4년을

토대로 우리나라 현실정치에 대한 회고이자 분석이자 제안이다.

 

국민의 심부름꾼을 자처하는 우리나라 국회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기관 1위로 등극

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지도 않다. 정쟁과 권력투쟁에 몰두하는 국회는 선거때만 국민을 주인대

접하고, 끝나면 노예가 된다는 장 자크 루소의 말이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사뭇 다르지 않다.

책에서는 국회의원으로 여의도의 정치인들을 마주했던 저자의 솔직한 감회가 담겼다.

정치라고 하면 보수와 진보로 팽팽한 기싸움을 펼치곤 하는데 보수는 주류, 혹은 정통이라고 칭한다.

한 국가나 사회가 오랫동안 가꾸고 지켜온 체제와 이념, 가치, 문화, 관습, 법과 제도 등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과 동시에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개선과 혁신을 해 나가는 이들을

지칭하는 이 단어가 우리나라 현 정치에서는 정쟁의 중심 단어로 전락했다.

실제로 보수와 진보의 구분마저 모호한 요즘. 국회의원들의 본회의 참석률은 차치하고라도 그들의

태도가 종종 뉴스에서 가십으로 오를 만큼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현실이다.


반공을 외치는데 자신들이 필요할 때 북한과 뒷거래를 하고, 민족과 애국이 절대가치인 줄 알았는데

눈앞의 이익을 위해 일제 강점기를 미화하고 국방을 중시한다며 본인들의 자식들은 병역기피자인 경우,

최근에도 나라가 정치인의 청렴은커녕 부동산 거래 등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현실들이 매일

뉴스를 채운다. 과연 차분하고 합리적인 보수는 너무 이상뿐인 정치이념인 건가?

영화 <기생충>에 빗대어 한국 정치의 현실을 분석하고, 썩은 사과에 비유한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모습,

정치와 종교가 결합하여 빚어낸 사건사고들, 저자는 국회를 상설 전투장이라는 말로도 표현했는데

아니라고 반박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라는 허울을 쓰고 빚어지는 한심한 사건사고들을

글을 통해 다시 읽으며 현실정치 비평이 아닌 소설을 읽는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며칠 전 치러진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를 예로 들지 않아도 참 많은 정치와 관련된, 정치인들과 관련된

사건사고들이 차고 넘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 책에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정치의 폄하나 비하가 아니다. 정치인으로 몸담았던

최 전선에서 활동했던 한 사람으로서, 몇몇 정치인이 주도하는 나라가 아닌,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고자 하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기 위한 현정치의 현실을 민낯처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거의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뉴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간혹 언론사의 선정적인 뉴스 헤드라인이

무척 거슬리는 순간들이 있다. 제대로 확인도 안된 정보들이 가짜 뉴스로 퍼져가는 상황들이 생기기도

하고, 잘못된 여론몰이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치는 정치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늘 주시해야 하는 분야임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닫는다.

자칫하면 이런 용기 있는 소수의 목소리는 타인의 호응이 없으면 공허한 메아리로 전락될 수도 있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정치를 실현하는 그날은

우리 모두의 관심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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