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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한 죽음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11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평점 :

시몬드 보부아르(b.1908-1986)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로, 소설뿐 아니라 철학, 정치, 사회 이슈
등에 대해 논문과 에세이를 비롯한 다양한 글을 남겼다.
장 폴 사르트르와의 계약 연애를 50년이 넘도록 이어갔던 것을 비롯해 두 사람은 사후 몽파르나스의
묘지에 함께 묻히며 결혼에 대한 하나의 신화를 남기기도 했다.
시몬드 보부아르의 자전적 소설이자 보부아르의 최고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책은 소원했던 엄마와의
관계에서 한 여성의 삶이 저물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죽음에 대해 철학적이고 실존적인 모습들을
문장으로 담았다.
부모와 자식, 혹은 부부로 맺어진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에서도 사람들은 늘 고독을 느끼고, 결국 삶의
주체는 자신을 중심으로 서로 각자의 영역이 존재함에 대해 매 순간 인지하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담았다.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고 그 안에서 공존하며 때로는 결국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쓸쓸한
장면들을 그린다.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인생의 종착역은 죽음이다.
자신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인간에게 죽음은 하나의 두려움과 공포의
순간임을 부정할 수 없다.
혈연으로 맺어진 엄마와 딸, 가장 친근한 관계의 대명사인 사이라도 죽음을 목전에 둔 엄마의 시간을
차마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 보부아르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은 엄마를 통해 삶의 애착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에 대한 사투를 고스란히 지켜보며 죽음보다 삶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모순의 장면들을 통해 삶과 죽음의 딜레마를 생생하게 그린다.
생의 마지막 순간 누구나 통과해야 하는 관문임에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허무함은 시대를
불문하고 생을 부여받은 인간이라면 당면하게 되는 명제가 아닐 수 없다.
보부아르가 폭력이라고 칭할 만큼 죽음은 모두에게 낯설고 두렵지만 그래서 더욱 숙고해야 하는 단어다.

✍ <책 속 문장들>
나는 어른들 각자가 자기만의 작은 벽 사이에 스스로를 가둔 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종교는 죽고 나서 거둘 성공에 대한 희망이 될 수 없었다. 천국에서든 지상에서든 영원불멸하길
꿈꾸는 것은 삶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있어 죽음에 대한 위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죽음은 없다.
인간에게 닥친 일 가운데 그 무엇도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하지만 각자에게 자신의 죽음은 하나의 사고다. 심지어 자신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인간에게 죽음은 하나의 부당한 폭력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