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졌어 - 평범한 직장인에서 산 덕후가 된 등산 러버의 산행 에세이
산뉘하이Kit 지음, 이지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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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의 산뜻한 산행 같은 책 한 권. 이제 봄기운이 완연한 날들이 이어지니 나도 모처럼 산행에 나서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라 글로 읽는 산행마저 반가웠다.

예전에 회사에서 직원 복지의 일환으로 부서별 활동비를 지원해 준 덕분에 우리 부서는 종종 산행을 하곤

했었다. 특히 야간 설산을 등반했던 기억은 힘들었던 만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막상 오르기는 힘들지만, 성취감도 상쾌함도 더없이 좋았던 느낌이 있어서 오랜만의 산행을 꿈꿔본다.

저자는 타이베이 사람이다. 산뉘하이"라는 이름이 "산의 아이"라는 뜻이라니 재미있다.

산행을 하는 과정을 읽다 보니 인생의 여러 순간들의 축소판 같다.

 

저자의 산행을 따라가며 나누는 단상들이 참 좋았다. 산에서 가장 힘든 건  오래 걷는 게 아니라 자기

속도가 아닌 속도로 걷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늘 복잡하고 눈 돌릴 곳이 많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들어서는 순간 산에서 나는 풀냄새와

새소리가 들리고, 졸졸 흐르는 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는 일상 소음과는 다른 치유의 힘이 있다.

우리가 종종 무심코 발견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서 느끼는 감동의 순간을 떠올려본다.

안타깝게도 도시의 환한 불빛들로 인해 밤하늘의 별을 보는 일도 쉽지 않다. 일출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나서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도 자연이 주는 에너지의 힘에 모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 경관이 주는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난 후의 감동은 우리를 종종 자연 속으로 불러들인다.

배낭 하나 짊어지고, 고단한 삶의 여정에서 잠깐 비껴 나 있는 시간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순간은

우리 또한 자연의 일환이 된다.

가파른 산을 오르는 과정은 우리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느리게 한다. 느리게 걸으면 더 많은 것들을

바라보게 하고 내면의 나를 만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자연 속에서 호흡하며 복잡했던 일상들의 실타래를 풀어보는 시간으로 충분하다. 자연은 신기하게도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너그럽게 하는 힘을 가졌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에서도

우리가 느끼는 희열은 생각보다 크다는 걸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느끼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싫증 나지 않는 것. 자연.

산행을 따라가며 여러 순간들에 삶의 단면들을 만난다. 제각각의 보폭으로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만나지는

사람들이 있고, 멀어지기도 한다. 목표가 일치하는 누군가를 만났다 해도 속도가 모두 같을 수 없다.

더 많은 산을 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 많은 바람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각자의 방식대로 누리는

산이야말로 길에서 겪는 최고의 경험이다. 나답게 누리는 산행은 마치 인생의 축소판과도 같다.

산행 중에 만나는 자연의 경관, 산행 후 마시는 소박한 차 한 잔이 주는 의미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산을 오르는 일은 쉽지 않다. 위험요소도 따르고 날씨의 변화에 따라 난관에 봉착하기도 한다. 삶도

그렇다. 좋은 일과 나쁜 일들이 교차하고, 긴 시간 동안 용기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산행에서도 인생에서도 그런 경험들은 우리를 또다시 일어서게 한다. 예측할 수 없는 여정이지만

분명 그 안에서 발견하고 마주할 장관들에 대한 기대만으로도 충분히 살만하고, 산을 오를 용기가 생긴다.

책 속 산행을 따라 마주한 경관들과 사람들, 그리고 내면의 단상들로 올랐던 산들을 직접 마주하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다. 초록으로 채워질 산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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