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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정애리 지음 / 놀 / 2020년 12월
평점 :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이들을 떠올리면 거창하지도 않고, 많이 가져서도 아니다. 일상의 소소함을
소중히 하는 이들이 타인의 삶도 존중할 줄 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매일매일 시를 쓰는 마음으로, 그녀의 글은 깊이를 더해가고, 실패로 쌓은 지혜는 다시 시작하는 희망이
된다. 누군가의 우산이 되듯 나눔을 실천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오랜만의 소식을 전하는 그녀의 책 소제목을 모으니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삶의 지혜처럼 느껴진다.
일상의 장면들을 담아내고, 각 장면을 마주하는 단상들을 담았다. 사진일기처럼 한편의 시처럼 그녀의
차분한 글을 따라가니 저절로 내 마음도 차분해진다. 금속공예와 인생을 대하는 자세.
정교한 것일수록 자르고, 달구고, 갈아내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누군가 인생이 음식과 같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공들인 만큼 맛있어지고, 공들인 만큼 빛이 난다던.

문장의 띄어쓰기가 필요하듯, 삶에도 바른 띄어쓰기와 여백이 필요하다.
삶의 힘쓰기보다 힘 빼기가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도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
누군가를 응원할 때 우리는 늘 힘내라고 하지만 힘 빼라는 다독임이 필요한 순간이 더 많은 지도 모르겠다.
마냥 타오를 줄 알았던 삶은 해도 안되는 게 있다는 것들을 경험하고, 담아내는 것에도 한계가 있음을,
한낮에 떠오르던 태양이 가장 빛나는 것 같지만 저물어가는 순간에도 감동을 준다는 것을 경험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매 식사때마다 기도를 한다는 그녀,
자신이 먹는 음식이 피와 살이 되듯, 스스로도 누군가에게 피와 살이 되는 삶을 살아가기를 빈단다.
그리고 음식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그녀의 말은 참 의미심장하다.
거창한 꿈을 좇기보다 일상의 사소함에서 발견하는 행복을 간과하지 말자.
세상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금 세 가지가 소금, 황금 그리고 지금!이라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타인에게도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삶을 제안하는 그녀의 글이 잔잔한 울림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