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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사악하고 더없이 관대한 - 인간 본성의 역설
리처드 랭엄 지음, 이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1월
평점 :

인간의 본성에 대한 논쟁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근간에 읽었던 자전적 에세이의 한 구절에서
인상 깊었던 한 사람의 삶이란 어찌 보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격렬하게 피 흘리며 연출하는 한편의
처절한 드라마와 같다고 했던 문장과도 일맥상통하는 의미로 다가왔다.
모든 사람은 선하거나 악한 잠재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저자는 최초의 진화 생물학자의 동물과 인간의 심성에 관한 이론부터 오랜 연구의 전문적 문헌들과
검증받은 논문들, 그리고 직접 참여했던 연구결과들을 집대성하여 이 책을 출간했다.

실제로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는 동물애호가로 알려져 있고, 킬링필드로 악명 높은 캄보디아
독재자 폴포트는 지인들에게 부드럽고 친절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우리의 주위를 둘러보아
도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여러 사람에 의해 극명하게 나뉘기도 한다.
히틀러는 유년시절 아버지로부터 신체적인 학대를 받으며 자랐고, 그의 어머니가 투병하는 과정에서
유대인 주치의를 만나 사망하게 되는 상황을 겪으며 유대인 증오가 시작되었을 거라는 추측이 있다.
그만큼 한 사람의 성향은 성장과정의 여러 가지 트라우마와 경험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인간의 생물학은 우리가 갖고 있는 상반된 성격들을 결정하고, 사회는 이런 인간의 경향들을 변화 시키
는 환경이 된다. 우리의 사회적 관용과 공격성은 보이는 것처럼 반대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인간은 다른 유인원에 비해 평판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이 과정을 통해 폭력이나 공격에 관련된 유전인자가 희석되거나 활성화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저자는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반응적 공격이 이원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버럭 화를 내거나, 냉정한
공격을 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대목이다.
인간의 언어는 상징적 사고와 연관되어 인간의 정치와 사회적 행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무의식적일 수 있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이들 중에는 혼자 있을 때 보다 자선단체에 대한 기부를
하거나 선한 감수성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점도 연구결과 밝혀졌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유전자와 환경은 어느 하나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동시에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선과 악을 동시에 갖고 상황에 따라 그 잠재력이
행동 결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인간 본성에 대한 것은 결과를 끌어내기보다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를 도와 스스로 돌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과 침팬지의 단백질 서열이 무려 99% 이상이 동일함
에도 불구하고 확연하게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보니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생존 기계이며 유전자는 생존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존재라고 주장하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다시 한번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본성의 역설은 어떤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가기보다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라고 보는 편이 맞겠다.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인류를 평화에
이르게 하는 길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