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의 팡세 - 김승희 자전적 에세이, 개정판
김승희 지음 / 문학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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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출간 이후 두 번째 개정판이다.
김승희의 자전적 에세이. 33세의 언저리가 이렇게도 치열한 것일까 읽으며 화들짝 놀라게 했던 시간이다.

채 스무 살이 안되었을 때 느꼈던 30이라는 나이의 무게와 막상 그 숫자를 넘던 순간, 그리고 한참이 지난

지금 묘한 괴리감의 차이를 느낀다.


한 사람의 삶이란 어찌 보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격렬하게 피 흘리며 연출하는 한편의 처절한

드라마와 같다고 표현한 작가는 자신의 문학을 스스로의 자살미수라는 극단적인 말로 표현했다.

산다는 것은 불속으로 뛰어드는 일이며,
마치 큰불에 스스로 삼켜지면서 삶을 얻는 부나비의 실존적 고뇌와도 같고. 인간은 누구나 자기 나름의

굴절된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보도록 운명 지어졌지만. 남들이 보는 대로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순순히 음미할 수 있다면... 하는 타협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삶에 대해, 사랑에 대해, 죽음과 시와 문학과 예술과, 철학에 대해 그녀의 치열했던 젊은 날의 성장기를 통해

민낯으로 고스란히 담아냈다. 읽는 내내 암울하고, 나락 같은 순간마저도 그녀를 버티게 했던 힘은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는 천재성의 결핍이라고 여겼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타고난 천재적인 문학성이었다.

책을 읽는 어제와 오늘, 눈 내리기 전의 잔뜩 흐렸던 날씨와 하얀 눈으로 세상을 덮었던 아침과

묘하게 연관되었던 문장은

신은 때때로 우리에게 신화의 분장을 해주어 피폐한 삶의 막다른 골목을 쇄신시켜 주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폭설 같은 것, 장마 같은 것, 봄에 아지랑이 같은 것, 백화만발, 단풍 같은 것..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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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문학과 천재성은 이토록 치열하고 암울해야만 가능한 것. 인. 가.
내면의 불꽃에 화상 입을 지경이었던😅

 

 

 🎨 표지 그림은 독일 표현주의 화가
Ernst Ludwig Kirchner (1880년 ~ 1938년)
<street scene in front of a barber shop, 1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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