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의 정원 - 명화를 탄생시킨 비밀의 공간 정원 시리즈
재키 베넷 지음, 김다은 옮김 / 샘터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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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주는 내내 이 책을 읽으며 책꽂이를 들락거렸다. 책 읽으며 그간 잊고 있던 책들을 오랫만에

이것저것 들춰보다 보니 책 한 권 읽는 여정이 더욱 풍성한 시간이었다.

1781년 윌리엄 리브스 Willam Reeves가 휴대가 가능한 고체 물감을 개발한 이후 수채화 물감을 야외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미국의 초상화가 존 고프랜드 John Goffe Rand가 유화물감을 보관할 수

있는 메탈 튜브를 발명하며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상파 화가들은 대표적인 정원사이자 화가로 두 위대한 예술 영역인 미술과 정원 가꾸기를 결합했다.

정원은 바깥세상으로부터 보호받는 공간이자 휴식과 성장 그리고 많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이

었다.

 

세잔은 뜰에 있는 과일나무 중 오래된 올리브 나무 한 그루를 유독 아꼈고 집을 짓는 동안 나무를 매만

지고 나무에 말을 걸기도 했다. 세잔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여긴 이 나무 밑에 묻히기를 원했다.

올리브 나무와 무화과나무를 돌보기 위해 정원사 발리예를 고용했고, 그는 세잔의 걸작 중  하나인

초상화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세잔이 아끼던 레 로브의 올리브나무는 1956년 폭풍으로 약해져 뽑혀

나갔다는;;)

세잔은 자연의 모든 물성은 색채를 갖고 있으므로, 데생과 색채는 결코 구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색을 칠해 나감에 따라 데생도 이루어지는 것이다, 색의 조화가 이루어질수록 데생도 더욱 확실해지는

것이라는 말로 색조의 대비 및 관계가 데생과 형태의 요체가 된다고 여겼다.

화가들의 정원과 예술을 나란히 두고 이야기하게 된 것도 정원을 예술세계의 중심에 두었던 모네의

역할이 컸다. 모네는 언제나 색을 고려해 정원을 꾸미고 화단의 구역마다 한 종류의 꽃만 심어 물감 상자

화단이라 부르기도 했다. 특히 모네는 직접 눈으로 관찰한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의 맛과 색을

되살려 정원을 보다 흥미롭게 표현했다.

실제로 48개의 캔버스로 완성된
<거대한 장식 gardens decorations > 은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부의
유명한 수경 정원의 묘사에 영향을 미쳤다.
노년의 모네는 백내장으로 거의 앞을 볼 수 없게 된 상태에서도 그림을 그렸는데 이 시기의 그림은
붉은빛을 띠고 있다.



많은 화가들의 영감의 원천이자,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책 속에 소개된 정원들은 실제

관람객들에게 개방이 되어있는 공간들이다. 기회가 되면 실제로 화가들의 손길이 닿았던 공간들과 마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 속에 소개된 정원들의 모습을 보니 그간 그림 속에서 보아왔던 이국적인

정취들이 그림과 오버랩되는 장면이 꽤 많았다.

화가이자 시인이자 사업가이자 미술공예운동가로 활동했던 윌리엄 모리스.

표지만큼이나 고왔던 내지의 그림도 윌리엄 모리스의 버드나무 디자인이 담겨있다.

실제로 윌리엄 모리스는 버드나무 패턴의 벽지를 제작하기 위해 버드나무 잎을 면밀히 관찰하곤 했다.

 

자연을 기반으로 하는 그림으로 알려진 화가 이외에도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의 뮤즈인 아내 갈라와의

집과 정원 이야기를 읽다 보니 달리는 엄청난 로맨티시스트였다는 생각을 했다.

어딘지 모르게 까칠하고 도도할 것만 같았던 그도, 역시 사랑 앞에서는 누구보다 자상하고 배려심 깊은

사람이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책에서는 익히 알려진 화가들 이외에도 생소한 화가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책 속에 소개되는 화가들의

다양한 정원을 구경하고, 그들의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여정을 따라가다 보니 한 권의 책 리뷰가 아니라

화가별 리뷰를 쓰고 싶을 만큼 방대한 여정이었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전시들이 종종 랜선 전시로 대체되고 있는데 다양한 정원들을 산책한 듯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 중 백미는 자연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정원이

책 속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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