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샘터 2020.9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벌써 가을의 문턱을 알리는 9월호라고 하기엔 너무 무더운 요즘이지만, 그 와중에 코로나가 또 위기의
시간을 맞고 있다. 올 한 해는 전 세계가 일상의 멈춤을 반복하고 있으니 답답한 현실이지만 지금은 우선
이 위기의 시간을 조심히 건너가는 것이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싶다.
엊그제 말복도 지나고 무려 입추의 문턱도 지난 요즘
샘터에서도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모바일 콘텐츠 전문 기업으로의 도약을 앞둔 샘터.
샘터도 지난 연말 위기의 시간을 잘 극복하고 새로운 변화의 시점을 두고 있는 만큼, 현재의 세계적인
팬데믹의 시간들도 곧 지나가리라는 희망을 걸어본다.
알록달록한 예쁜 화과자는 눈으로 한번, 맛으로 한번 기분 좋은 순간들을 선물한다.
지난 연말 아는 작가님의 오픈 스튜디오에 초대받아 갔었는데, 작가님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화과자를
준비해 온 선물이 엄청난 감동을 줬던 기억이 있어서 이 번호에 실린 작품을 보니 그때가 생각난다.
말 그대로 꽃같은 과자, 친구가 생일 케이크 대신 화과자로 만든 케이크를 선물해줘서 두고두고 나고 추억이
되고 있다. 고운 화과자는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이니 그 정성이 더해지는 것 같다.
샘터 50주년을 기념해 매월 소개되는 옛 샘터의 추억이 소환된다.
지금은 너무나도 흔해서 각 가정에 방마다 가지고 있고, 심지어 손으로 들고 다니는 손풍기가 흔한 시대
이지만 1930년대 선풍기가 자동차, 축음기, 라디오와 더불어 사치품목으로 지정이 되어 보유세가 부여
되었다는 글은 놀랍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선풍기가 보급되며 사용법에 관한 잘못된 상식과 더불어 이질적 존재에 대한 위화감이 퍼지기도 했다.
무려 1946년 광복 이듬해에 '선풍기세'는 폐지됐지만 여전히 특수층의 전유물이라는 시선에서는 벗어나
지 못하기도 했다. 라떼는 말이야~~ ^^
이번호에서 가장 와닿았던 코너는 역시 고전을 통한 문장들을 읽는 순간이었다.
우물 안 개구리는 동그란 동전 크기로 보이는 하늘이 세상의 전부로 존재하고, 여름만 사는 곤충은 아무리
애를 써도 물이 얼음이 되는 겨울을 경험할 수 없다는 사실. 어설픈 전문가는 자신의 지식에 갇혀 진정한
도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위대한 사람은 남을 해치지 않지만 베푸는 것을 자랑하지 않는다. 타고난 분수를 지키는 최고의 경지
까지는 아니라도 늘 자신 스스로의 완급을 조절해 보는 삶을 살아야겠다.
사람의 발바닥이 오목한 것처럼 사소한 것 또한 분명 그에 상응하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이번호에도 다양한 삶의 소식을 담은 샘터는 가볍지만 빼곡하고 진하게 삶의 향기를 전한다.
지금은 하루 생활권이라는 용어가 무색하게 거리두기와 폐쇄적인 삶을 사는 시기이지만 샘터에서만은
시간도 공감도 초월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안타깝게도 이번호에 담긴 <문화산책>중 따로 또 같이 야외 축제가 예정과는 달리 또 취소일 색인 현실
이 되고 말았지만 문화란, 즉 예술이란 좋은 시절에만 누리는 사치품이 아니라, 위기의 시기일수록
예술가들은 창조적인 힘을 발휘해왔고, 전례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문화지형을 지켜내야 한다는 의견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가 아닐까 한다.
여름의 끝자락에 배달될 샘터에서는 조금 더 희망적인 소식들을 만나보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