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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평점 :

"나는 테라피스트(심리치료자)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분석하고 그들의 마음이 나아지도록 돕는다.
그런데 내 마음이 어지럽다."
심리학자인 저자의 첫 번째 출간 작품임에도 화제가 되어 세계 30여 개국에서 출간 예정인 책이다.
한여름의 심리 스릴러라는 타이틀은 눅눅하고 습한 날씨에 어딘지 모르게 끌리는 장르이기도 하다.
꽤 묵직한 도서 <테라피스트>는 일상의 평범함에서 출발한다.
친구들과의 여행을 떠난 남편이 갑자기 실종되고, 책에서는 사건 발생 후 2주간의 기록을 담았다.

갑자기 실종된 남편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부인의 직업도 또한 저자와 마찬가지로 테라피스트이다.
타인의 심리를 분석하고 상담하는 일을 하는 직업을 가진 인물임에도 막상 자신의 난관을 분석하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책 속에서는 확증편향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것을 입증하는 정보를 좇는 행위를 말한다.
익숙한 것과 진리라고 믿은 것에 대해서 우리는 종종 결론을 유도해가는 우를 범한다.
색안경처럼 판단의 오류를 일으키는 심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책의 스토리 구성은 사건 전개와 주인공의 과거 회상이 교차를 이룬다. 그 과정에서 테라피스트인
주인공의 상담환자들과 사라진 남편과의 관계들이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각각의 다양한 상황들이 하나의 별개의 일들처럼 스토리 내에서 존재하지만 관계들 속에서 묘한 연관관
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사라진 남편과 부인의 일상을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서는 부부의 관계, 심리적
다양한 변화들이 포착되기도 한다.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부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람의
감정이라고 하는 것이 변하기 마련이다 보니 두 사람의 관계에서 알게 모르게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도 드러난다.
누구나 사랑받고 존경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증오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투명인간이 되는 것이다.
숲속에서 비명을 질렀는데 아무도 대답이 없다면 비명을 질렀다고 할 수 나 있을까?
결혼이라고 하는 것이 오랜 시간 삶과 어우러지다 보면 좋은 것만큼, 이면의 그림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여러 난관들을 극복하며 오랜 시간 더 돈독해 지거나, 균열을 맞기도 하는 그런 관계가 아닐까 싶다.
사건의 열쇠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기억을 떠올리는 주인공은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퍼즐 조각처럼 또 다른 연결고리를 찾아낸다. 어둠 속에 앉아 잠시 세상을 지켜보면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고 하는 아버지의 조언을 통해 삶은 명암이 동시에 존재하는 터널같이 느껴졌다.
기억은 변한다. 진실은 기억 속에 있지 않고, 어둠 속에 보이는 세상에 있다는 책 속 문장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심리 스릴러라고 하는 타이틀을 보고 사실은 살짝 긴장하기도 했다.
호러블한 심리극이 아니라 무척 섬세하고 잔잔한 심리묘사가 400여 페이지가 훌쩍 넘게 이어진다.

저자의 다음 도서는 <이웃>이라는 테마 혹은 주제로 예고가 되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와 우리 주변의
인물들에 대한 심리분석에 관한 많은 경험들이 녹아있을 신작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책과 함께 <만다라 컬러링 키트>가 함께 배송이 되어 살짝 긴장하기도 했었다. 얼마나 무섭길래~~
책을 다 읽고 나니 만다라는 썸뜩한 독서 후의 애프터서비스가 아니라, 많은 생각거리들에 대한 과정의
코스처럼 느껴지는 구성이었다.
이 책은 사건과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보다 사람과의 관계들에 대한 심리와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다양한 키워드를 제시해 주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