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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 - 우리가 지나쳐 온 무의식적 편견들
돌리 추그 지음, 홍선영 옮김 / 든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그간 꽤 여러 권의 심리학과 인간관계에 관한 책들을 읽었는데 이 책의 깊이감에 살짝 놀랐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범주가 광범위하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무척 많은 사례들을 깊이감
있게 분석하여 마음 깊은 곳에 나도 모르게 잠재하고 있던 편견에 관해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스스로를 선한 사람으로 간주하고 무심코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인간의 본성과 심리는 역시나 책을 통해서도 꽤 복잡하게 보인다.
사회과학자로 인간의 심리에 대한 연구를 하는 저자는 학문적인 연구를 기반으로 실제 사례들을
대입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저지르는 타인에게 상처 입히는 상황들, 그리고 편견을
통해 행동하게 되는 현실을 인정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면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저자는 미리 예고한다.

잊을만하면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에 관한 사건사고들은 전 세계의 민심을 들끓게 한다.
많은 이들이 시위에 동참하고 변화의 목소리를 내곤 하지만 실제로 절박하게 그 행위에 동참하는 이들
이 얼마나 될 것인가. 저자는 스스로의 고백을 통해 자신의 입장에서도 어딘지 모르게 동떨어진 현실과
다른 현장의 경험들을 털어놓는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선의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고, 스스로가 선한 사람의 대열에 들어 있음을
이런 상황들에서 입증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다. 자신이 윤리적이며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는 환상에
스스로 사로잡혀 선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한 행동이 수반되는 것이라는 다소 놀랍지만
부정할 수 없는 잠재된 심리에 대해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이분법 적인 심리를 가지고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좋은 이미지에 부합되는 행동들을 하게 된다는 것.

인간의 감정 중 연민"과 공감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연민은 그 사람의 처지를 안타까워하지만 그가
느끼는 감정을 멀리 떨어져 바라보며 그들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구분 짓는다. 선의에서 비롯된 연민
도 상대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중심을 두는 것을 말한다.
공감은 내가 아닌 상대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결국 완벽한 감정이입은 연민이 아닌
공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묵직하고 깊이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책을 읽다 보니 그간 미처 생각하지 못했
던 행동들에 대한 타자의 입장이 떠올려진다. 마음속에 품은 의도와 겉으로 드러나는 영향력의 갭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조금 더 타인의 입장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한 이유이다.
온정을 베푸는 자신을 구원자라 여기며 대의를 앞세우는 온정에 중독되고, 자신이 구원자가 될 기회를
잃을까 봐 상대가 주도적으로 나서거나 능력을 키울 기회를 박탈하기도 하는 구원자의 유형은 우리가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일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정말 선한 사람인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한 사람임을 스스로 신경 쓰는지 판단하는 척도로 도덕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간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지나쳐온 온정의 편견을 돌아보고, 미쳐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또 다른 이면을 들여다보았던 시간이다. 역시 사람은 늘 스스로의 덫에 빠진 삶을 살게 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