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재단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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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더워진 날씨에 어울리는 강렬하고 시원한 표지 그림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의 책이라는 대목을 봐도

작가의 내공이 입증된 책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문학상이 작품성에 대한 모든 것을 입증한다고 생각하

지는 않지만 전혀 다른 기준의 문학상 수상작가라는 사실은 분명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요즘 워낙 묵직하고 지식 위주의 책들을 보고 있어서 사실 소설이라는 장르가 무척 반가웠고, 가볍게

휴식의 차원에서 읽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첫 장을 펼쳐 들었다.

묵직한 표지에서 주는 임펙트에 비해 책은 무척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전개를 펼친다.

사계절과 재단이라는 키워드가 주는 의미를 책을 읽기 전에는 파악하지 못했다. 무척 함축적인 의미의

각 단락들은 계절, 혹은  계절 뒤의 키워드가 중심이 되어 스토리를 끌어간다.


한 사람의 성장과정은 사계절 날씨의 변화를 고스란히 마주한다.
트라우마 혹은 알게 모르게 자신이 쌓아놓은 틀안에서 허우적 거린다.
회색을 못 견뎌하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고정되지 않으면 불안해하기 일쑤지만, 1초 후의 미래에도

사실은 아무 보장이 없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들이 등장인물을 통해 그려진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하고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섬세하게 마음속 한켠에 잠자

고 있는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그려진다.

내 생각만 하고, 상대가 이해해주지 않으면 옳지 않다고 단정해 버린다. 그러나 타인끼리 알 수 있는 건

사실은 별로 많지 않다. 장황하지 않고, 단순하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사계절의 변화만큼이나

온탕과 냉탕을 넘나드는 과정 속에서 그녀는 자신과 무척이나 닮아있는 한 사람을 만나며 오히려 쉽게

오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계기를 마주하게 된다.
트라우마 극복 성장 심리소설. 결국 마음의 벽은 남이 아닌 내가 쌓고, 허무는 것!이라는 과정을 관계

속에서 풀어내는 장면들이 독특하게 등장인물 중심으로 장면들을 교차해나가며 풀어냈다.

종종 일본 소설을 읽다 보면 유난히 우리나라의 정서와 비슷하다 느끼곤 하는데, 그런 와중에 또 무척

괴리감이 드는 정서가 분명 있음을 또 한번 확인한다. 요즘 본의 아니게 무척이나 다양한 장르를 넘나

들며 책을 읽다 보니 순수문학을 꽤 오랜만에 접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소설이나 문학 장르가 사람의 심리묘사가 두드러지게 마련이지만, 유난히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

묘사가 와닿았던 이유는 아마도 누구나 마음속에 한 가지 이상의 본인만의 트라우마를 담고 살아가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마음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두느라 점점 더 어둠의 아우라

가 크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설상가상으로 그로 인해 마음속의 장벽이 쌓여 점점 자신의 생각을 옭아매

는 족쇄가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하면 분명 트라우마는 극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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