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악셀 하케 지음, 장윤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인간으로서의 품위는 어떤 것일까? 책 제목을 보자마자 많은 상황들을 떠올리게 된다.

현대사회는 혼자 있는 시간마저도 오롯이 혼자가 되기 힘든 세상이고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소통의

범위마저 가히 상상불가이다.

누구나 지향하는 삶의 방식은 "품위 있는 삶'이라고 해도 실상 현실에서 마주하는 많은 상황들 속에서

품위 있는 삶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말하는 다양한 품위"의 정의들을 기록하다 보니 두 페이지가 훌쩍 넘어간다.

그제서야 품위라는 것이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것과, 저자가 이 책에서 독자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품위에 대한 정의가 아닌 다양한 시선의 개인적 숙고를 끌어내기 위한 장치임을 알게 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품위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와 선한 것이라는 개념을 갖게 한다.

자신이 타인을 배려할 상황이 아니라도 기꺼이 행동으로 옮긴다거나, 자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

일상과 삶 속에서 자신보다 권리가 낮은 이들을 고려하는 태도를 우리는 품위라고 생각한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무척 날카롭고 직설적인 언어로 다양한 사례들을 책 속에서 소개한다.

예들 들어 자기중심적이고 인간적 품위가 결여된 한 남자가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지 못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대목처럼 거침없이 표현하기도 했다.
쉿스톰 Shitstorm이라고 하는 용어는 불쾌와 혼란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상황을 지칭한다.

요즘 국제적으로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미국의 경찰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한 흑인에 대한 애도 물결과

더불어 시위가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소통의 범위가 넓어지고,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가능한 시대이다 보니 더 충격적이고, 놀라운

사건사고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접하는 일상을 사는 요즘,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들에 대해 더 신중하고

숙고해야 하는 이유다.

미셸 오바마가 어느 연설에서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규범이 바로 품위라고 했을 만큼

인생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딱딱한 법이 아니라 부드러운 품위다 라는 말이 절로 실감이 난다.

저자는 책에서 품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방식으로 유명한 소설이나 영화,

역사적 사건, 그리고 현재의 상황들을 광범위하게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품위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정의들을 생각하게 하는데 현대는 특히 소셜네트워크로 인한 개인의 사생활이 노출되다 보니 왜곡된

모습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면들, 그리고 익명의 존재로 과격한 피드백이 난무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소셜네트워크 중 대표적인 페이스북에 대한 비판을 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이용

하고 광고 수익 등 기업이익의 폭리를 취하고 있음에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많은 부정적인 측면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인터넷을 역사상 가장 거대한 하수구라고 표현한 역사학자가 있을 정도로

익명성에 가려져 사회적이면서 또 가장 반사회적인 모순덩어리라는 말로 설명이 가능하다.

타인과 연대를 느끼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과 그 안에서 누가 보고 있지 않더라도 원칙을 지키려는

생각으로 공명정대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또한 품위라고 꼽히는 이유다.

 

근간에 세계적으로 유행병인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며 카뮈의 <페스트>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

데 카뮈는 결코 사그라들지 않는 페스트균을 통해 인간 사회를 위협하는 악을 우회적으로 상징했다고도

소개한다. 일상의 곳곳에서 살아남아 혼란과 파괴를 일삼는 페스트균은 인간 사회에서 만연한 부조리들

을 소름 돋도록 유사하게 재현된다.

품위는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며, 매 순간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끊임없이 찾아가야 하는 대상이다.

저자는 문명의 진보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동의를 구하기도 한다.

"지식은 진보하고 있지만 인류의 도덕성은 이따금 뒤처지고 있다. 품위는 법도 아니고, 도덕도 아니고,

유행과 유사하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반드시 입어야 하는 옷이 있듯 각각의 시대에 발생하는 문제를

매번 새로운 생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결국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 우리 각자가 품위 있는 삶은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다양한 이슈들을 제시한다. 인간은 선하지 않고, 종종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개선하려는 노력을 이성적으로 할 수 있다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며칠 전 구독 중인 일간지의 1면에 앞으로 잘못된 뉴스나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를 제대로 하겠다는

기사를 봤다. 가짜 뉴스가 만연하고, 한 번의 이슈화가 끝나고 나면 진실은 어느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곤 하는 현실이 아쉬웠던 차에 반가운 기사였다.

저자는 역행하는 문명화 속에서  절규하는 현대인이라는 표현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품위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충분한 이유들을 생각하고 숙고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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