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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바산장 살인사건 ㅣ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평점 :

히가시노 게이고 초기 작품(1986) <백마 산장 살인사건>의 개정판이다.
하쿠바산장에 해마다 모이는 사람들, 그리고 마더 구스에 얽힌 추리소설이라는 점에서도 흥미진진하다.
마더 구스는 개인적으로 유아 영어 공부하며 너무나도 열심히 공부했던 장르라서 그야말로 내게는
특별한 키워드이기도 하다. 마더 구스는 영미권 아이들의 전래동요 같은 장르로 nursery rhyme 너 서리
라임이라고도 불린다.
사진 속 마더 구스 책이 바로 우리 집 첫 번째 마더 구스의 시작점. 이런 키워드와 관련된 책이다 보니
궁금증이 더욱 폭발할 수밖에.
사건의 중심 장소이기도 한 하쿠바산장에는 해마다 같은 사람들이 모인다.
여덟 개의 방에는 마더 구스 노랫말이 적혀있고, 그 노랫말 속에 담긴 연결고리들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친다.
전혀 다른 세건의 사고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너무나도 조용하지만 절묘한 연관성들이 하나씩 실체를
드러낸다. 밀실 트릭, 암호, 연쇄살인이라는 추리소설의 고전적인 키워드들이 담긴 정통 추리소설이라
는 평가를 받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다운 상상력의 나래를 펼친다.
실제로 마더 구스는 다양한 동화나 이야기 속에 내포되어 유럽의 많은 문학이나 예술 장르에서 활용되고
있다. 각 나라별로 조금씩 다른 활용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서양의 문화를 이해하는 중심축에 있다고
봐도 무관할 정도로 많은 의미를 갖는다.
하쿠바 산장이라는 다소 밀폐되고 좁은 공간 속, 한정된 인물들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지만 몇 년간에
일어난 전혀 개연성 없는 사건들의 실체가 드러나며 사건의 수수께끼가 풀린다.
이 책에서는 추리소설의 구성요소들을 의외로 아기자기하게 풀어나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의 도입부에 수록한 마더 구스 펜션 지도를 비롯해서 각 방에 적혀있는 마더 구스의 표면적인 주제.
그리고 사건을 풀어나가는 중심인물인 여고생 단짝.
뭔가 호러블하고 쫄깃한 추리소설의 긴장감보다 차근차근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이 무척 고요하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주인공들의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 속에 등장인물들의 인과관계가 드러나며 각 방에
적인 마더 구스 문구들의 표기 방법들의 비밀을 밝혀가는 과정이 역시 추리소설 다운 섬세함을 담았다.
"피로와 위기는 갑자기 찾아오지, 기회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소한 사건의 시작은 예측하지 못했던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경각심을 상기시키는 문구.
히가시노 게이고 의 초기작인 이 작품은 추리소설의 정석대로 스토리를 풀어가지만 첫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건 중심의 한 장면을 fade out 하는 방식으로 호기심을 끌어올리며 시작한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생생한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책에 몰입하게 만드는 도입부가 흥미진진하다.
살인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들, 중심인물과 주변 인물들의 긴밀한 연결고리들을 통해 등장인물들
각각의 포커스를 유도하는 함정에도 잠깐 빠지게 되는 롤러코스터 같은 전개.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는 아무래도 영리한 작가가 여러 군데 트릭을 설치하고, 독자는 그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다 결국 그 실마리를 풀어가는 명쾌함에 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복잡한 추리소설이라고 해도 결국은 그 열쇠는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명쾌하게 풀리곤 하니
어찌 보면 삶이 가장 난해하고 어려운 추리소설이 아닐까 하는 황당무계한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