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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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가 60페이지가 넘는 이책.

수록된 작품들 넘겨보다 뒤러의 멜랑콜리아를 보니 몇일전의 멘붕이 떠오르고, 그 와중에 외국작가의

선별작품에 心田안중식의 작품이 수록된 페이지에서는 엄청 감동이다.

(요즘 내게 안중식은 너무나도 소중)

리움에서 직접 이 작품을 감상한 외국인 저자의 작품감상평도 완벽한 공감으로 이해한것이 느껴져서

기분이 또 좋다. 많은 서양고전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화가들.

예술작품을 제대로 체험하지 못하게 하는 사전지식의 폐해에서 벗어나 고전미술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게 이책의 목표라고 제시하고 있다.

에술작품(꼭 미술만이 아니라)을 감상하는 것이 마치 뭔가 특별한 능력이라 스스로 오해하는 이들이

꼭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전미술을 정의하는 말 자체가 누구도 뛰어넘을수 없는 탁월한 천재가 창조했다고 생각한다면,

미술사를 통해 끝없는 이야기를 지닌 우아한 작품으로 구속하려 한다면 이미 예술감상의 방향이 고정

관념속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설명이나 미술사에 얽매이다보면 우리는 그 해설에 따라

그림을 해석하고 감상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주어진 자료에 의지하여 게으른 관람자가 되어있는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미술관에서 해설을 하다보면 종종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는 내가 가장 지양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저자는 "초콜릿 상자효과'를 언급한다. 작품감상에서 안전한 선택으로 쉽고, 예쁜 그림위주로 감상하는

방식을 말한다. 미술관이 이제는 누구에게나 문턱이 낮은 공간으로 활성화된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블록버스터급 전시에 사람이 몰리는 경우를 보면 안타까운 순간들도 종종있다.

예술작품에 대한 감상은 순식간에 "유레카"의 순간처럼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훑어보고, 샅샅이 살펴

보고, 골똘히 바라보아야 한다. 내가 가진 고정관념과 같은 작품은 편안하고 낯선작품은 또다른 내안의

생각을 깨운다.

작가들은 알레고리를 활용해서 거창한 사상을 다루고, 일상적인 주제를 수준높은 도상으로 바꾸는 능력

을 보여주곤한다. 그림속 비유를 해석하기 위해 미술사나 그림 내용의 상징성에 대해 자세한 지식을

갖출 필요는 없다. 오늘날에 적용할 수 있는 의미와 내용을 찾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그림과

중간쯤에서 만날수 도 있다.


시대를 앞서 간 예술가들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사회를 비추어보기.

 

독일화가 루카스 크라나흐 Lucas Cranach <젊음의 샘 Fountain of Youth,1546>

중세 동화의 내용을 담고있는 이 작품의 왼쪽에 늙고 약한 여성들이 광물질이 풍부한 욕탕으로 실려가고,

이 신비한 물에 몸을 담그면 할머니가 요정처럼 다시 젊어져 반대편에서 매력적인 여성으로 변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그림은 신화를, 동화를, 상상을 담고 있지만 결국은 삶의 단면들을 반영하고, 각각의 그림은

시대가 변하며 다양한 해석을 동반한다. 그림을 보며 무엇이 정답인가를 찾기보다, 그림과 내가 교감을

나누는것이 우선이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조심스럽게 다가가거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거나, 은밀하게

바라보며 밀고 당기는 시간을 가지라고 설명하며 그런점에서 예술작품 감상은 둘이 추는 춤과 비슷하다

비유하는데 참 멋지고 탁월한 표현이다. ^^

혼자보는 미술관이라는 책제목처럼 내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도 혼자의 시간이다.

타인과의 동행도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가득하긴 하지만, 혼자서 조용히 작품과 교감하며 마주하는

순간들은 그 어떤 명상보다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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