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목격자 - 한국전쟁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 전기
앙투아네트 메이 지음, 손희경 옮김 / 생각의힘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덕수궁미술관의 전시해설을 계속하다보니 근대미술관련 시대상을 공부하지 않을수가 없다.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과

관련한 동시대 역사의 흐름을 알지못하면 매끄러운 연결이 되지않다보니 자연스럽게 늘 이시대의 자료들을 모으게 된다.

서점에서 우연히 책구경하다 박고석의 <범일동 풍경, 39.3*51.4 /1951>이 표지로 된 <한국미술, 전쟁을 그리다>를

구입했는데 마침 그책에서 한국 종군기자였던 마거리트 히긴스(1920-1966)의 사진을 인상깊게 봤던터라 그녀의 전기가

무척 반가웠다. 이럴때 뭔가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기분좋은 착각을 하게되는 순간. ^^

 

마거리트 히긴스는 '귀신잡는 해병대'라는 말을 처음 쓴 당사자이기도 하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도쿄에서 추이를

살피던 그녀가 한국전쟁 발발직후 한국에 들어와 6개월간의 취재를 하며 전황을 보도하며 쓴 기사의 한줄에서 비롯되었다.

그리 길지않았던 생을 살다 간 그녀의 삶을 읽어내려가며, 누구나 각자의 인생에서 어떤것을 중심으로 살아갈 것인지

결정하는것은 모두 스스로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며 좀 의외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자료관련 사진이나 그림이 하나도 없다는것.

또하나는 전기라고 하면 업적위주의 무용담이 익숙한 그야말로 위인전집이 익숙한 내게 너무나도 적나라한 한 사람의

인생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무척 놀라웠다. 뭔가 위인은 훌륭한 일도 해내고, 인간성마저 완벽한 삶의 여정을 보냈을것

같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던 나를 새삼 발견하게 되었다.

"1944년부터 1952년 까지의 내 삶에는 저널리즘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재미나 사교생활에 쓸 시간은 전혀 없었습니다. 기사의 정보원들을 만날수 있는게 아니라면 파티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마거리트 히긴스 리치몬드 타임스디스패치 인터뷰 中>

 

마거리트 히긴스는 스스로의 목표치가 생기면 적극적이고 독할정도로 집요한 행동을 마다하지않는 적극적인 성격의 여성

이다. 전쟁터에 종군기자로 나선다는것 자체가 남녀 불문하고 버거운 일임이 분명한데 그 전쟁의 참상속 묘사를 다룬

대목을 읽으며 공감하지 않을수 없었다. 물가가 천장부지로 솟는것은 말할것도 없고, 언제가 삶의 마지막이 될지 불안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심리가 좀 의외의 행동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수 없다. 영화속 음식이 나오는 장면에서

폭동이 일어날 만큼 사람들의 멘탈은 혼란과 불안함과 결핍의 최고점을 찍는다는것을 생생하게 담고있다.

 

일찌기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전쟁종군기자 동기이기도 했고, 맥아더 장군과 한국전쟁에서 조우하고 교류한 기자이기도

했던 마거리트 히긴스의 전기를 읽으며 페이지가 뒤로 갈수록 한여성의 삶이라는 테두리가 아닌, 여자사람으로서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생의 일들과 마주할때 누구보다 능동적인 바람직한 태도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았던 그녀의

삶이 무척 고단하게 느껴져 연면이 들었다.

군인의 딸로 태어나고, 군인의 아내가 되고, 군인들이 있는 전쟁터를 취재하고, 군인들이 묻힌 공간에 마지막 몸을 누인

마거리트 히기스. 그녀는 진정한 활동가였고, 진정한 삶의 주인으로 생을 살았던 사람이었다.

이 책은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히긴스의 생애 관련 인물들을 추적하여 생생한 그녀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래서 글을 읽다보니 마거리트 히긴스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한국전쟁을 서술한 글을 읽고 싶어서 검색해 보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이래서 자꾸만 도서의 위시리스트가 넘친다. 히긴스는 한국전을 취재하고 쓴 그 글로
퓰리처상 국제 보도상을 수상했는데 여성최초의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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