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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안아주듯 나를 안았다
흔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6월
평점 :

주말산책같은 편안한 시간에 이 책의 표지그림이 산뜻하게 다가온다.
감성작가 흔글, 제목마저도 아련한 흔글작가다운 감성이 물씬난다. 간결한 글과 여백있는 편집까지
휴식같았던 한권의 책.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막연한 미래에 대한 예측이나 기대를 한다는 것 만큼 피곤하고, 막막한 것이
없는것 같다. 장래희망이 뭐냐는둥, 어떤 진로를 계획하고 있냐는 질문을 받았을때의 아득함에 오히려
초라해지고, 더 미궁으로 빠지던 순간들!
그래서인지 나는 막연한 미래를 허황되게 꿈꾸는 것보다 그저 눈앞의 현실이 좋았고, 코앞에 닥친 일들
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길들을 만났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성공이나 실패와는 별개로 지치지 않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것.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순간은 없다.
누군가의 조언조차 다가오지 않을만큼 각박해지는 순간이 있다.
치열하게 산다는건 그만큼 각박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타인은 나를 보는 거울이라는 말대로, 문득
타인의 삶에서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순간을 마주한다.
열심" 과 치열"이라는 두 단어는 닮은듯 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가치를 보여준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것도 좋지만, 각박해지지 않기위해선 치열해지지는 말자.
흔글의 또 다른 책 제목이 떠오르던 대목 <무너지지만 말아>라는 제목이었다.
몇해전 아이 책꽂이에서 보이던 제목이 뭔가 처절하면서도, 절박한 느낌이 들었던 탓인지 강하게 머리
속에 박혀있었다. "우리가 실패라 부르는 것은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추락한 채로 있는 것이다."라는
메리픽포드의 말을 인용한 대목인데. 누구나 실패를 경험할 수는 있지만 그 이후의 행동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이라던 말이 바로 그것이다.
누구에게나 스스로를 규정짓는 내안의 틀이 있다. 예를들면 아침형인간이라는 단어가 그렇고, 성공에
대한 기준이 그렇고, 좋은 직업이라는 기준이 그렇다.
저마다의 개인성향이 다르고, 꿈꾸는 이상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일관적인 성공의 기준들에
때로는 떠밀려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하는 순간들.
우리가 결핍을 느끼는 순간은 비단 경제적인 곤란에 처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좀더
이것이 명확해진다. 내가 좋아하고 열광하는 것들이 정말 내가 좋아하는것인지, 떠들썩한 주변의 기류에
휩쓸리는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취미가 뭐냐고 누군가 물어봤을때 잠깐 머뭇거려지는 순간들이 있다.
취미와 특기... 종종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다는걸 이 대목에서 떠올렸다.
꾸준히 작성하고있는 버킷리스트처럼 내가 좋아하는것들에 대해서도 한번 정리해 보고싶어졌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을 즐기며 사는 삶이고 싶은 내가 가장 공감하는 일상의 모토.
막연히 꿈꾸던 일이 어느순간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은 생각보다 꽤 많다.
무의식적으로, 갑자기 다가온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알게모르게 마음속의 지표가 그 길을 따라 꾸준히
레이다를 세우며 지나왔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루어가는 일상이었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