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는 정원 -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가 정원에서 살아가는 법
오경아 지음 / 샘터사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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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도착한 샘터의 책. 두권모두 표지가 너무 곱다.

올해 월간샘터의 표지는 <Beautiful KOREA>라는 컨셉으로 매달 기분좋은 표지디자인을 선보인다.

이중에서 오늘은 <안아주는 정원>을 가방속에 챙겨들고 전철을 탔다.

아무리 바빠도 전철이동시간만큼은 책한권 읽을 여유를 주는 코스라, 바쁜와중에도 꿀같은 시간이다.

가든 디자인은 방송작가로 활동하던 작가의 새로운 도전이자, 이 책은 저자가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정착해 150년된 한옥가옥을 손수 돌보며 가꾸는 정원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있다.

친정과, 시댁 모두 근교에서 자연을 가까이에 두고 있는지라 나도 어영부영 꽤 많은 자연에 대한

추억과 경험들을 가지고 있어서 인지 책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어째 자연이라고 하면 노후의 유유자적함을 떠올리던 나였지만, 어느새 그런것들이 자연스럽게 내안에

들어와 있었나싶어서 웃음이 나기도 한다.
품고있으면 '정원이 되는 책'을 꾸준히 집필할 예정이라는 저자의 이야기에 벌써부터 훈훈해졌다.

 

가든 디자이너로서의 전문적인 정보들이 아니라 저자의 시골생활을 토대로, 정원을 돌보며 식물을

관찰하고, 삶의 모습들과 연관지어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잔잔하고, 참 좋았다.

 

인생의 적정한 타이밍처럼 식물에도 적당한 시기가 있다. 언젠가 친정에서 아빠가 오랫동안 집을 비우

게 되어 밤나무에 열린 밤을 따가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남편과 거의 한나절을 낑낑대며 밤한자루를

따고, 밤송이를 제거하는 작업을 했었는데 너무 이르게 따버린 밤들이 태반이라서 결국 먹지도 못하고

버린경험이 몇번이나 있었다. 조금만 더 두었으면 맛있는 밤을 수확했을텐데 섣부른 부지런함이 결국

쓸데없는 노고로 전락해버렸다.

식물의 적절한 타이밍은 우리가 아니라 식물스스로가 말을 걸어온다는 너무나도 단순한 진리 ^^

그 단순하고 기본적인 태도는 늘 삶의 발목을 잡는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는다.

미국의 두번째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일화로 유명한 토마토 유세가 아니었으면 건강채소로 알려진

토마토를 지금은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한곳에 뿌리를 내리고 주어진 환경에서 생장의 시작과 끝을 맞이하게 되는 식물의 생장원리를 읽다보니

그야말로 눈물겨운 삶이 따로없다.  집에서 요리에 활용할 요량으로 길거리 꽃화원에서 바질화분 하나

를 사왔는데 한번 잎을 따서 요리에 쓰고나니 영 자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마당텃밭이 있는 친정에 거의 아사직전인 바질화분을 보냈는데 지금은 아빠가 엄청난 바질밭을 가꾼덕

에 바질가루를 비롯해서 해마다 바질을 넘치도록 공급받고 있다. 작은 화분에서 맥을 못추던 식물이

자연에서는 그 활력이 넘치고도 남는다는 사실을 보니 자연이 힘에 또한번 감탄하게 되는 장면이다.

 

정원가꾸기에 관한 획기적인 정보가 아니라, 정원에서 비롯된 현상들을 일상과 연결하여 소개하는 이 책을

읽으며, 정원산책을 덩달아 하는 편안함을 느낀다.

자연의 순리대로 식물을 재배하고, 성장을 마친 아기새들이 어미의 둥지를 떠나듯 그렇게 삶은 자연스럽

게 이어지고, 변해가는 것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우리는 종종 그 기본을 망각하고 스스로의

욕심에 버거워지는 순간들이 생기는것같기도 하다. 결국엔 자연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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