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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찰살인 - 정조대왕 암살사건 비망록
박영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4월
평점 :

지금 읽는 이 책을 그때도 읽었더라면 ^^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으며 종종 생각하는 일들이 많다. 저자는 알고보니 내가 꽤 오래전에 관심있
게 읽었던 역사서 시리즈의 저자였다. 역사서에 대한 재미를 별로 못 느꼈던 나의 눈에도 꽤 재미있게
느껴졌던 시리즈의 저자였다는걸 알고나니 괜히 더 반갑다. 밀찰살인"이라는 단어가 무척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졌다. 절대군주를 꿈꾸던 정조대왕과 그 주변의 정쟁을 그리는 과정에서 하나의 살인사건
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시작부터 관심을 끌고 몰입도를 높인다.
종종 역사서를 읽으며 특히나 작가들의 시선과 통찰에 놀라움을 금치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책도 그랬다.
워낙 많은 업적들로 알려진 정조대왕부터, 정약용의 표면적인 사실들에서 벗어난 묘사들이 실제 사료와
맞물려 더 많은 역사에 대해 흥미를 갖게하는 부분과, 그 옛날의 과학적인 사고들에 대해서도 매번 놀라
움을 느낄수 밖에 없다. 책을 읽는 내내 정조의 투병에 관한 괴로운 일상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어릴때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하고, 평생을 그 트라우마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성군이 되고자 했던
한 인간으로서의 연민과 건강이 따라주지 못하니 그또한 얼마나 힘들었을지도 생생하게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를 통해 충분히 공감이 되고도 남았다.
역사는 늘 왜곡되고, 지나고나면 그 해석이 다르게 되기도 한다. 어느시대를 막론하고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순간 한 나라의 왕으로서 주변에 그렇게 많은 측근들이 있음에도 고립된 외로움속에 살아갔을
많은 이들이 떠오른다. 권력앞에서 혹은 사사로운 이익의 결집에서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곧은 절개를
지킬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과거에 국한하지 않고 심심찮게 등장하는 뉴스의 중심에 서 있는 이들중에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환경
이라고 생각되는 상황에서도 욕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어리석은 결과를 자초해낸 이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 책은 실록이 아니라 한편의 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책을 읽기전과 책을 읽고나서 표지의 또 다른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작가는 전업작가 24년을 맞는다고
자신을 회고한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오랫동안 숙고한 작가의 내공이 충분히 느껴지는 한편의 역사속
장면들과 어우러진 작품을 읽으며 숙고한 만큼의 반경이 넓어져가는 작가의 다음작품들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단순히 하나의 솔깃한 주제가 아닌 한 인간의 많은 고민과 삶의 숙고가 느껴지는 역사속 한 장면
으로가 아닌 먼저 살다간 이들의 발자취같은 묵직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