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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평점 :

어떤 상황이나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한 순간마다 발목을 잡게 된다면.
그로인해 절망의 날들이 이어진다면 인연보다 악연이라고 해야할까?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람은 선택의 여지와 상관없이 마주하게 되는 상황들이 생긴다.
책을 읽는 내내 답답한 상황들이 마치 고구마같다는 요즘 표현이 딱 들어맞을 상황들에 종종
직면하게 되었다. 어떤 상황이라도 완벽한 이해는 없다.
단지 이해하려고, 너그러워지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죄와 벌.
좋은 의도가 늘 좋은 결과를 동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책을 읽으며 또 경험한다.
꽤 두꺼운 책의 분량임에도 책장이 꽤 빨리넘어가는 전개다.
전혀 다른 두 공간에 사는 형제의 연결고리는 책 제목대로 <편지>라는 모티브를 통해 이어진다.
드라마틱하게도 그 편지는 나오키의 결정적인 성취들을 모두 무효로 돌려놓는 역할을 한다.
매번 찾아오는 기회. 매번 틀어지는 현실
동기가 어떻튼, 현실의 괴리를 넘을수는 없다. 선善한 의도가 모두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상황들을 마주하게 되는것이 인생이라고 해야할지.
이 책을 읽고 마침 꺼내든 다른 책속에서 읽은 문구는 마치 이런소설들에 대한, 여러 다양한
문학들에 대한 부연설명같아서 더 와닿았다.
"인간이 아름다운 이유는 슬퍼도, 또는 상처받아도 서로를 위로하며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
는가를 추구할 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학은 그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장영희 교수의 책속문장으로 <그러나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中> 일부분이다.
잔잔하고, 뻔한 흐름같은 책속의 전개에서 마지막 장면은 꽤 반전같은 강한 여운을 남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꽤 날카롭게 풀어낸다.
꽤 많은 상황들에서 우리는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라고 행동하는 것들이 결국은 스스로의
기준에서 상대보다 내가 우선이 되는경우가 더 많은것은 아닌지.
마주하는것 자체가 힘겨워서 오히려 애써 외면하는 상황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 아닐까?

삶의 매 순간 명확한 정답이 없다는것. 그리고 우리는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없다는것.
매일매일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들이 터지고 있는 요즘 범죄자와 피해자 그리고 그 주변의
사람들을 한번쯤은 더 생각해 보게한다.
이매진"이라는 키워드가 이 책속에서 하나의 상징처럼 남는다.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
모두가 꿈꾸지만 인간이란 늘 그 사이에서 방황하고 힘들어하기를 반복하는 쳇바퀴를 돌고
있는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