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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 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하고 덜 괴로워 하겠는가?
그게 하나의 진짜 질문이다.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 (중략)
제어할 수 있으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라는 글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표지부터, 심지어 책의 속지까지도 심쿵하게 가슴설렌다.
그러고보니 제목부터 마음이 쫄깃쫄깃 해진다. 아....이책 읽다가 가을탈것 같은 불안함. ^^

제목과 더불어 줄리언반스!라고 하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이미 이 책은 셀레임코드를 모두 갖춘 책이다.
작가의 자전적인 연애담. 오랜 세월의 생을 살아가며 어느정도 삶에 대한 여유를 갖추고도 남을 연배의
작가는 자신의 첫사랑의 기억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사랑은 끝이나고나면 추억이라기보다 기억이라고 해야하는 하나의 저장고가 생긴다.
사랑하는 사람이 헤어지고나면 나쁜기억들은 점점 희석이 되고 좋은 기억들만 남게 된다고 한다.
사랑의 끝이 비록 이별로 귀결된다고 하더라도 끝자락의 기억이 따뜻하게 마무리되는것은 참 축복이다.
The only story
단 한번의 첫사랑. 요즘 예술인문학 강의를 들으며 바로 몇일전 수업에서 첫사랑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
들이 나왔었다. 일생에 처음하는 사랑이 첫사랑이 아니다. 누구나 첫사랑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삶에 대한 아무런 계산이 서지 않는 20세이전의 사랑이 첫사랑이다!라는 강사님의 정의를 들으며 공감
가득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재미있는것은 사랑을 했던 두 사람의 기억이 세월이 흐르고나면 기억속에서
왜곡되어 잊어지기도하며 전혀 다른 기억들을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줄리언 반스의 첫사랑은 참으로 과감한 설정이다. 물론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명제를 분명히 제시
하고있으니 소설이라는 타이틀임에도 소설이아니다. 그래서일까? 이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소설이라
는 범위를 일반적인 사랑이야기를 다룬 작은 이야기라는 사전적인 명제를 제시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영화도 살짝 난해함을 담고있던 기억이 있는데 작가의 이 책 역시 일반적이지
않은 전개를 통해 사랑에 대한 여러 단상들을 일깨운다.
첫사랑의 기억 호되게 갖고 있는 나는 한동안 사랑 그게 뭐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일이겠냐며 허세를 부리
기도 했었지만 여러 사랑들에 대한 경험(꼭 연인간의 사랑이 아니라도) 왠만큼 다 경험해본 지금은
역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는 "결론은 버킹검"같은 허무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
돌고 돌아서 결국엔 사랑이라니.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랑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불가능 하다던 어디선가 본 글이 떠오른다.
결국 지나고나면 사랑에 관한 기억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기억으로 남을 뿐이고, 그 중심에는 오롯이 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음 깊은 곳에 품어놓은 불씨처럼 그렇게 가끔 그 온기를 꺼내어 추억하며 삶의 에너지
를 충전하는 그것. 바로 그것이 사랑의 힘이겠지. 아~ 사랑은 너무나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