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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죽재전보 ㅣ 클래식그림씨리즈 4
호정언 지음, 김상환 옮김, 윤철규 해설 / 그림씨 / 2018년 8월
평점 :

클래식 그림씨리즈로 접하는 두번째 책이다. 클래식그림씨리즈의 특징이기도 한 누드양장제본은 이
책에서도 계속된다. 클래식그림씨리즈는 한권한권이 마치 자체로 작품같다.
마치 한편의 고서화같은 인상으로 다가왔던 책. 제목도 생소하고 호기심을 일으킨다.

십죽재전보는 문인이자 출판업자여던 호정언(1584-1674)이 기획, 제작하여 당시 문인사회의 품격과
격조를 높이고, 또 이들의 생활방식을 동경하며 추종했던 시민사회이 분위기를 소개한다.
명말 문인취향이 만들어낸 시전지를 소개하는 책으로 시전지"라고 하는건 편지나 시를 적는데 쓰이는
시전지의 미학이 담긴 화보인 셈이다. 그러고보니 수록된 그림들이 아기자기하고, 낭만적인 인상마저
느끼게 한다.
십죽재전보의 저자인 호정언은 명말과 청나라 초기 예술가로 호가 십죽재이다. 묵암노인으로 불리기도
하며 인물그림과 꽃그림에 능했던 인물로 알려져있다. 수록된 초반부의 글을 보면 글씨에도 재주가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호정언의 집주변에 대나무를 심어놓았던데서 비롯된 그의 호와 천년이 넘은 시전지의
기술에서 눈에 띄는 실력을 가졌던 그의 작품들을 통해 당시 중국의 문화를 또 하나 알아간다.

책의 서두에 중국 문인사회의 출판에 관한 배경설명과 인쇄기법의 발달과정을 통해 시전지가 하나의
고유한 출판문화의 흐름속에서 활용되고 발전해 가는 과정을 이해할 수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
에 전해져 많은 문인들이 시전지에 글을 썼다고 전해진다고 하니 종이에 담긴 글뿐아니라 시전지 문화
의 또 한 장르가 어우러져 보이는 계기가 될 것같다. 사실 평소에 옛선조들의 시나 글을 볼때 어우러졌
던 그림들의 출처가 궁금한 적이 많았는데 지금보니 그런 그림들은 작가가 아닌 시전지에 글을 쓴
경우가 아닐까하고 유추해본다.

각페이지마다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참 예쁘다. 각각의 그림에 대한 인쇄기법을 설명하거나 그림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한다. 시전지의 역할들을 생각해 볼때 글에 걸맞는 그림과 기법들을 찾는 일또한
글을 더욱 빛나게 해줄 중요한 요소인것을 그 오래전 시대부터 인지하고 개발했다는것이 놀랍다.
페이지를 한장한장 넘길때마다 책이 아니라 마치 작은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는 느낌이다.
하나하나 작고 단아한 그림들에서 묘한 매력이 있다.

각 장면들에서 보여지는 그림들은 그림을 통해 시대를 반영하기도 한다.
당시의 소품이나 여러가지 그림들을 통해 삶의 미학이 전해온다.

십죽재전보는 클래식그림씨리즈에서도 꽤 신선한 장르였다. 제본방식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분야의
유행처럼 번지는 주제들이 아닌, 참신하고 새로운 기획과 시도가 점점 더 감동스럽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한창 유행하는 장르의 주제물이 아닌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시선들을 담아줄 이 시리즈의 다음주제가
더 궁금하고 기대된다.
http://yeonv6.blog.me/221215387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