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촌길은 참 익숙한 동네지만 오밀조밀한 속내가 가득 담긴 동네이다.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를 비롯해 근현대
역사의 많은 사연들이 켜켜이 담겨있는 동네이다. 알면 알수록 더 호기심이 증폭되는 동네,
서울 한복판이라고 믿기지 않는 역사의 뒤안길이라고 할 정도로 고요한듯 보이지만 많은 사연과 사건들이
내재된 서촌길이 늘 궁금했다.
서촌길은 하루종일 걸어도 늘 제자리걸음 같은 동네이기도 하다. 여기저기 눈길을 끄는곳, 호기심가득했던
곳들이 밀집해 있다보니 하루가 부족한 코스이기도 하다.
막연히 알고 있던 서촌이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던차에 만나게 된 서촌이야기.
이 책은 서촌, 북촌, 남촌의 명칭의 유래부터
서촌일대를 눈에 보이는 위치에 따라 소개하고 있어서 직접 걸으며 참고하기에 좋은 구성이다.
무엇보다 근대의 정치적, 역사적인 사실들을 꽤 심도깊게 다루고 있어서 읽는동안 새롭고 놀라운 사실들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역사적,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여러 사안들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씁쓸해지기도
하고, 안타까워지는 순간도 있다. 그저 겉으로 보여지는 역사적인 장소나 사건으로서가 아니라 조금 더 명확
히 알고 싶었던 내용들에 대한 궁금증도 많이 해소가 되었다.
조용한 서촌의 과거속으로 그시대 그들이 살았던 그 장소, 시간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느낌으로 서촌탐방
을 했다. 그간 익숙하게 발길이 닿았던 곳의 이야기는 조금 더 쉽게 다가왔고, 이 책을 읽고 난후에는 한번 더
가보고 싶어졌다. 언젠가부터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이 나면서 이 동네의 고즈넉한 아련함보다는 시끌벅적한
공간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수성동 계곡이 복원되는 과정과 그 이면의 현실들은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역서적인 고증과 더불어
조금 더 치밀한 계획과 목적을 가진 발굴과 보존또한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양한 검증과 고증 자료들을 함께 수록해 놓아서 따로 검색하거나 찾아보지 않아도 주제에 대한 이해가
수월했다.

일제 강점기, 한국전 등을 연달아 겪었던 우리는 역사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도 상처와 아픔을 남겼다,
근간에 개인적으로 한국근대시기의 작품과 관련된 전시들을 연달아 해설하게 되어 근대사에 관한 자료들을
더 관심있게 공부하고 있다. 꼭 예술가 이야기가 아니라도 어떤 사건이나, 사람에 대한 이해의 바탕에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특히나 우리 근대사의 언저리에 있는 여러 사건들은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이 춘화로 낙인이 찍히고, 민간인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포로로 취급되어 월북작가가 되어 가족과 영원한 단절을 맛보게 된 이쾌대를 비롯해 많은 사람
들이 역사적인 사건들 속에서 아픈 상처를 남기게 되기도 했고, 그 틈을 타서 개인적인 영욕을 취하기도 하였
다. 그 모든 것이 역사이고 또 현실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외의 것들에 눈을 뜨게 하는 시간이었다. 지금현재도 지나고 나면 역사가 된다.
늘 눈뜨고, 귀를 열어 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 더 멀리 보고도 싶다는 생각도 든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