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 - 자전적 이야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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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가지 거짓말>로 알려진 아고타크리스토프의 언어적 자서전이다.

20세기의 역사를 감내하고 이방인으로서  침몰되지 않았던 의지와 용기. 이타적인 이유로 인해 모국어를 잃고

문맹"이 되어야 했던  아고다크리스토프의 자전적이야기를 통해 읽기와 쓰기에 대한 인간의 고뇌와 갈망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간결하다. 간결하지만 울림이 강하게 다가온다.

그 시작이 그랬다.

 

네살 때부터 글을 읽기 시작해서 독서와 이야기에 빠져있던 그녀는 모국어를 잃어버리게 되면서 문맹이 되는

경험을 한다. 처음부터 글을 몰랐던 것과는 또 다르게 와 닿았을 그녀의 언어에 대한 정체성은 마치 하나의

또다른 전쟁같은 사투였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질병과도 같이 글 읽는것에 심취해 있던 그녀에게 문맹의 경험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충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적의 언어라고 할 수있는 프랑스어를 배워가는 과정은 스스로에게 조용한 전쟁이고, 그녀는 그것을 기록했다. 

 

모국어를 잃고 느낀 그녀의 세상은 흡사 사막과 같은 삭막하고 허허벌판같은 느낌으로 묘사된다.

사회적 사막, 문화적 사막 , 그속에서 그녀는 갑자기 처해진 암전의 상황에서 가느다란 빛과 같은 희망을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무기력해지는 일상의 나락에서 문맹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과정은 조용하지만 참으로

눈물겹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언어로 우연에 의해, 상황에 의해 주어진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

작가는 프랑스어를 배우고, 쓰고 하는 과정을 하나의 도전이라고 했다. 문맹의 도전.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그 문화에 동화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온전한 언어가 완성될 수 없다.

 

장황하게 나열하지 않아도 담담하고 간결하게 묘사하고 있는 그녀의 문맹탈출기는 때로는 익살스럽고,

때로는 절박하고, 때로는 막막하다. 그런 와중에도 그녀의 글이 강하게 와 닿는 이유는 절실하게 스스로를

문맹의 터널에서 끌어낸 그녀 스스로의 노력과 그 과정들에 대한 기록과 소통의 노력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아고타 그리스토프가 지나왔던 문맹의 터널은 우리의 삶의 곳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위기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코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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