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우리집에도 꽤 많은 화분이 계절에 맞춰서 줄을 서곤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새 하나 둘씩 꾸준한
관심의 온기를 나누지 못하다보니 지금은 고작 서너개만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수준이다.
늘 마음은 서너개 화분을 더 늘려보고 싶지만 끝까지 책임못질 일을 벌이고 나면 늘 후회할 일이 생기는것이
찜찜해서 역시나 마음뿐인 일중 하나다.
책의 타이틀에서 에코 플랜테리어라는 용어가 참 신선하다. 말만으로도 집안에 풀꽃향기 넘칠것 같은
에코스러운 단어!
Eco-Plant는 실내의 온도와 습도, 빛, 공기기의 움직임을 조절해서 환경을 쾌적하게 만드는 것이란다.
무려 200여개의 반려식물을 키운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200개는 커녕 2개도 벅찬일을 누군가는
해내고 있다는 사실에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워낙 미세먼지다 공기오염에 대한 이슈가 높아지며
이제 공기청정기하나 들여놓아야 하는 시점인데 화분과 공기청정기는 비교대상이 될 수가 없다.
얼마전 제주여행에서 특히 힐링테라피 확실하게 경험했던 나는 이 책의 식물예찬이 더 다가올 수밖에.
가장 손쉽게 구하고, 키울수 있는 식물을 소개하고, 식물가꾸기에 필요한 정보들을 나눈다.
이론적인 지식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한 저자의 실제 노하우들이라서 평소 내가 궁금했던 팁들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맥주를 담은 그릇을 화분옆에 두면 민달팽이나 소소한 벌레들이 퇴치된다는.
언젠가 금귤이 달린 화분을 화원에서 보고 냉큼 들였다가 화분속 개미가 집안을 기어다녔던 경험에 당황했던
기억과, 큰제비꽃을 화분에 옮겨왔다가 또 곤란했던 경험등. 이런건 경험하지 않으면 예상할 수가 없으니
쉽지않은 분야다.
아무래도 집안에서 식물을 키울때는 인테리어 효과를 많이 노리기도 하기때문에 예쁜 화분에 분갈이부터
하기 일쑤인데 역시 화분도 통풍이 잘되는 토분이 식물을 키우는 기본 베이스가 된다는 사실도 명심.
쌀뜨물과 계란껍데기 활용도 친환경적인 면에서나 식물영양면에서 챙겨볼 수 있는 소소한 팁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간에 식물키우기에서 내가 간과했던 여러 상식적인 부분을 알게 된것이 가장 큰 소득이기도
하고 이참에 화분 몇개 키우기에 도전해 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식물이 무조건 햇빛에 놓이는것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은 특히 더 다가온다. 아이가 중학교 입학할 무렵
외할아버지가 주신 다육이 화분이 책상옆에서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걸 본 아이가 재미가 붙어서 이리저리
옮겨놓곤 하다 최근에 베란다 양지에 옮겨놓았는데 오히려 시들시들 검게 변하며 거의 산화가 되어가고 있다.
볼때마다 뭔가 다른 조치를 취해줘야 할것 같은데;;
식물을 키우는 일은 분명 번거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손길이 미친 화분에서 살아있는 식물이 주는 건강한 에너지를 얻는것도 사실이다.
뭐든 그냥 얻어지는 것이 없다는것이 이런 소소한 일들에서도 적용이 된다는걸 새삼 느낀다.
어느날 예상치 못했던 화분에서 꽃이 피고, 새싹이 돋고 매번 계절의 순환을 보여주는 식물의 생장에서 또
분명 에너지를 얻는것. 그래서 우리가 종종 식물에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년 이맘때면 우리집에 꼭 입성하는 허브는 바질이다. 한창 여름에 바질을 말렸다가 4계절 내내 요리재료로
활요할 수 있는 유용한 식물인데 조금만 수고를 들여 가루로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하니 또 덩달아 기쁨이
배가 된다.
거창하게 집안을 숲처럼 만드는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가능한 일이지만. 한두개 화분키우기부터 다시
시작해 보고싶다는 의욕이 솟게 만들었던 책. 화분한두개로 집안 공길ㄹ 바꾸고,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닐테지만 그간에 미약했던 경험속에서 식물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도 분명 일상의 활력이 되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삶의 여유도 또한 이렇게 내가 만들어 가는 건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