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계절
백가희 지음, 한은서 그림 / 쿵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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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여리여리한 그림도 곱고, 글도 고운 수채화같은 책이다.

말로 전하는 언어의 한계를 종종 느끼며 살기에 이 책의 첫장에서 오래도록 머물게 되었다.

늘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인생이다보니 마음만큼 전하지 못하고 많은 이들을 만나고, 또 많은 이들과

관계를 정리하곤 한다.

그들에게 전하는 반성문이라는 표현이 참 와닿는다.

나의 실수로, 혹은 그들의 실수로, 시간의 결을 달리한 이들에게 전하는 독백같은 글들이 잔잔하고 진솔하다.

 

포토에세이와는 다른 스케치드로잉이 참 좋았다.

조용한 카페한켠에서 잔잔하게 깔린 배경음악같은 투명한 느낌의 그림들을 한참 또 보게 되더라.

삶과, 사람과 사랑

어딘지 닮아있고, 삶이라는 굴레안에서 우리는 사람들과 사랑을 하며 살아가게 되나보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를 밥먹듯이 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어서 지나온 날들에서 만난 이들이 덩달아 그리운

건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저 마다의 인생에 맞는 옷을 입고 살아간다.

언제나 가차없는 시간을 그만 원망하고 큰 목표 두어개 잡지 않아도 되는 삶. 더 큰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되는

삶, 시간으로 부터 자유롭고 강박감에 시달려 자책하지 않고 편협한 세상에 분개할 줄 아는 삶.. 그런 삶의 순간

들이 모여 시간이 되고, 평생이 된다. 한치앞도 모르는 인생이라 그래서  삶은 또 다른 기대감을 갖게 한다.

어떻게 됐든 과거보단 괜찮아지고 있는 나로 비교하며 살고 있다는 믿음.

 

쓸데없이 간절했던 순간.

사랑에 관한 단상중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확률은 기적에 가깝단다.

그렇게 기적같은 사랑의 온도가 달라서 누군가는 급격히 식어가고, 누군가는 천천히 식어가는것이 두사람의

사랑에 끝을 가져오는 이유라는 글을 떠올린다.

함께했던 두 사람의 시간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을때의 공허함은 아무리 따뜻한 옷을 입고, 아무리 따뜻한

차를 마셔도 데워지지 않는다.

너와 함께했던 계절속의 나를 다독이며 평생 많은 사랑과 많은 사소한이별까지도 애도하는 시간.

헤어짐에도 애도가 필요하다. 함께 사랑했던 날들에 대한 소중한 시간을 마음한켠에 저장하는 일을 통해 지난

사랑에 쏟았던 열정과 시간을 헛된시간이라 후회하지 않도록,  돌아봤을때 잠시라도 미소지을수 있도록.

 

수필 말미엔 단편이 수록되어있다. 전지적 고양이 시점?!의 짤막한 단편이 뭔가 이 책의 마무리같은 느낌.

수필속에 조연으로 등장했던  고양이의 시선으로 그녀와  또다른 가족이  생기는 이야기를 섬세하게 들려준다.

이 부분을 읽다가 문득 늘 자기 중심에서 세상을 보고, 각자의 개인적인 시점에서 벗어나 누군가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과연 어떤모습일지 생각하게 했던 파트이다. 또 다른 새로운 가족...그래서 어쩐지 이 책이

계속 후속편으로 이어질것 같은 느낌이었다. to be contiue....

그들이 모두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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