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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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참 많은 말들과 사람들과 시간들을 믿었다.
믿음이 깨지지 않은 말도 있었고 믿음이 더 두터워진 사람도 여럿이었으며 생각처럼 다가온 시간들도 있었다. 물론 그보다 더 많은 경우에서 내 믿음은 해지고 무너지고 깨어졌다.
딛는 마음, 마음마다 폐허 같았다.
p. 65

 

산다는 일이 이렇게 무너지고 깨어지는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사람들을 만나며 관계를 맺고, 믿음을 쌓고, 정을 주고... 그러다가 결국 홀로 내동댕이 쳐졌을 때,
나는 많이 아팠던 것 같다.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많이 슬펐던 것도 같고, 많이 억울했던 것도 같다.
내 진심은 어쩌다가 이렇게 내동댕이 쳐졌는지, 그동안의 마음들은 다 어디로 흩어져 사라져버렸는지,
해어지고 무너지고 깨어져버린 믿음과 인연 앞에서 나는 그렇게 속수 무책으로 울고 있었다.
밟으면 먼지로 흩어져 버릴 것만 같은 메마른 폐허 앞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깨어지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사건보다는 사소한 마음의 결이 어긋난 데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더 많다.
p. 45

 

 

 

여자는 뇌졸중 후유증을 앓고 있는 듯 보였다.
몸의 절반은 봄 같았고 남은 절반은 겨울 같았다.

 

 

시인의 언어는 다르다.
매번 시인이 쓴 산문집을 읽을 때마다 같은 생각을 한다.
시인의 시선은, 말은, 결이 다르다.
보드랍고 연약하고 깨어지기 쉬워 보이지만, 단단하고 끈질기고 오래 남는다.
시인이 건네는 언어들은 어쩌면 하나같이 다 가슴으로 들어와 옹이처럼 남는 건지.
그가 남긴 흔적조차 아름답다.

그가 한마디를 건넬 때마다 나는 가슴이 씀벅 거린다.
어쩐지 슬픔이 묻어 있는 것 같은 처연한 담담함이 좋다.
통곡을 하지 않는다고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울지 않는다고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은 모두 울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다들, 괜찮지 않으니까.
삶이 우리를 괜찮게 내버려 두지 않으니까.

 

 

 

 

 

박준 시인은 사인마저 다정하구나 싶어서 설핏 웃음이 났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라고 해놓고선
기어코 우리에게 울자고 한다.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더라도, 그래도 참지 말고 울자고 한다.
우리들이 참고 있는 것을, 그저 버티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의 친필은 눈물을 닮은 것도 같다.
어쩐지 글씨에서도 눈물이 묻어나는 것만 같다.
책 속에 담긴 글들도 그렇다.
짠 내가 난다. 눈물 맛 같은. 조금은 서글픈 것도 같은.

묘하게 물기가 묻어나는 것 같은 그의 말들은 축축하게 얼룩을 남기고 사라졌다.
한번 물기를 머금은 곳은 물기가 마르고 난 뒤에도 물의 기억을 간직한 채 남겨진다.
마른 얼룩을 더듬으면 그가 건넸던 말들이 흔적으로 남아있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p. 19

 

그의 말들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 상처가 아닌 무늬로 남겨진 것처럼
나의 말들도 누군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상처가 아닌 무늬로 남겨지기를 기도해 본다.
귀에서 소멸해버리는 말들이 쓸쓸한 것 같다가도,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맞이하는 말들은 차라리 다행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가슴으로 비집고 들어가 내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그의 가슴을 헤집으며 살아남는 말들을 생각해보면 너무 무서우니까.
내 입에서 태어난 말들이 창이 되고 칼날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니까.
내가 뱉은 날카로운 말들은, 모두 귀에서 사멸당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시를 짓는 일이 유서를 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아마 이것은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고 이 숱한 사라짐의 기록이 내가 쓰는 작품 속으로 곧잘 들어오기 때문일 것이다.
사라지는 것들의 유언을 받아 적는다는 점에서 나의 시는 창작보다는 취재나 대필에 가깝다.
p. 181

하지만 그 유서들의 내용 또한 핏발 서린 분노와 원망보다는 고마움과 미안함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 어쩌면 유서는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에 대한 용서와 화해를 넘어 자신이 스스로의 죽음을 위로하고 애도하는 것이므로.
…… 중략 ……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그중 절반 이상이 자살을 했고 상당수가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은 채 세상을 등졌다.
그들이 유서조차 남기지 못한, 그래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분노와 슬픔과 죄책감에 빠지게 만든 세상에서 우리는 잘도 살아간다.
사람이 사람을 잃은 세상, 노동이 노동을 잃은 세상, 법이 법을 잃고 강이 맑음을 잃은 세상에서, 도처가 죽음으로 가득하지만 애도와 슬픔에까지 정치성을 들이대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p. 183

 

 

 

 

 

고등학교 3학년, 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날 아버지는 평소 잘 들어오지 않는 내 방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나에게 시험을 치르지 말라고 했다. 내일 시험을 보면 대학에 갈 것이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을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을 공산이 큰데 얼핏 생각하면 그렇게 사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너무 불행하고 고된 일이라고 했다. 더욱이 가족이 생기면 그 불행이 개인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번져나가므로 여기에서 그 불행의 끈을 자르자고 했다. 절을 알아봐 줄 테니 출가를 하는 것도 생각해보라고 덧붙였다.
당시 나는 그길로 신경질을 내며 아버지에게 나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과 삶에 지친 날이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에서 설핏 가난을 느낄 때면 나는 그때 아버지의 말을 생각한다.
p. 141

 

 

내가 고등학생인 자식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말을 들었다면 나 또한 신경질을 부리며 화를 냈을 테다.
아버지의 삶을 나에게 투영시키지 말라고, 더 나은 희망을 이야기해주진 못할망정 왜 내 미래에까지 재를 뿌리냐고, 나는 절대 그렇게 살지 않을 거라고, 내 삶에 관여하지 말라고.
분명히 화를 내고 분노했을거다.

하지만,
어쩌다 나는 속절없이 어른이 되어,
어쩌다 보니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아버지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희망의 불씨가 보이지 않는 팍팍한 삶을 살아내느라 얼마나 지쳤을지, 그 절망들을 내 자식이 똑같이 겪는다는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끔찍했을지,
이제는 아버지의 마음이 보여서 더 슬프다.
절망을 말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도대체 얼마나 더 처참한 지경일까.

가난이 대물림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하겠지만, 여전히 우리는 가난하다.
돈이 없어 가난했던 시대를 지나, 마음도 정신도 가난한 시대를 살고 있다.
세상은 자꾸만 가난해지고, 아이들은 자꾸만 무럭무럭 자란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토록 가난한 시대를 물려줘야 하다니.
시인의 아버지 손을 부여잡고 뚝뚝 눈물을 흘리고 싶어진다.

산다는 일이
그렇게 아픈 손을 부여잡고 뚝뚝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일은 아닐지.

 

 

 

 

 

 

나는 그곳에서 배달 음식 같은 것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철 지난 사랑이나 함부로 대했던 지난 시간 같은 것에 기웃거린다. 마음처럼 되지 않았던 과거의 일들과 마음만으로는 될 수 없을 미래의 일들을 생각한다. 독선의 끝에는 더욱 날 선 독선이 기다리고 있음을 목격한다.
p. 50

 

일상의 공간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주고 여행의 시간은 그간 우리가 지나온 익숙함 들을 가장 눈부신 것으로 되돌려놓는다.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
p. 110

 

 

 

 

 

"고독과 외로움은 다른 감정 같아.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일 텐데, 예를 들면 타인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드는 감정이 외로움일 거야. 반면에 고독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 내가 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고독해지지. 누구를 만나게 되면 외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고독은 내가 나를 만나야 겨우 사라지는 것이겠지. 그러다 다시 금세 고독해지기도 하면서."
p. 51

"사는 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 하지 않게 돼."
p. 63

 

 

시인의 지인인 선배나 선생님들의 말들이 시인의 가슴에 살아있다가 책 속으로 걸어들어 왔다.
덕분에 나도 이렇게 좋은 말들을 얻어듣는다.
그 말들이 죽지 않고 살아 숨 쉬고 있어서, 또 다른 공간, 또 다른 사람에게 의미가 되고 깨달음이 되었다.
이런 말들을 건네주는 지인이 있다는 게 얼마나 부럽던지.
나는 또 누군가에게 이런 말들을 건넬 줄 아는 지인이긴 했던 건지.
새삼 부끄럽다.

 

 

 

 

누군가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와 맞은 아침.
'그래도 어느 깊은 숲에서 잘 자란 나무 한 그루와 한 시절 함께했던 사람들의 슬픔 속에 우리들의 끝이 놓인다는 사실'을 다행스러워하던 시인에게 그 아침은 아프기만 하다.
그럴 수밖에.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별을 하고 돌아와 부은 눈으로 잠들었다 깬 아침이 누구라도 서글프지 않으랴.
그 아침에 먹는 밥 한 숟갈의 울컥함과 안도를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서글프게도 그 어떤 순간보다도 생생히 살아있음을 느끼는 아이러니한 아침.
우리는 그렇게 살아남았다.


구깃한 우리의 삶을 닮은 시인의 이야기들은 때론 서럽고, 때론 다정하고, 가끔 눈물이 난다.
조용히 조금씩, 손끝으로 더듬듯이 읽었다.
나의 마음의 온도와 가장 가까운 글을 읽었다.
마음이 고단할 때마다, 괜히 울컥 눈물이 날 것만 같은 날에, 다시 꺼내 읽어야겠다.

내 마음을 다독여준 그대,
고마워요. 정말.

 

 

 

 

 

같이 울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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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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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당시 구입해서 앞부분은 읽다가 덮어뒀던 책이다.
글의 문제가 아닌, 당시에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서 시간 날 때 읽어야지 하고 덮었던 것 같다.
얇으니까 언제든지 금방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그런데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서, 영화가 개봉한다니까, 뒤늦게 책을 읽을 줄이야.
2013년에 출간된 책인데 2017년에 읽었다.
나 스스로에게 뭔가 씁쓸한 기분.

 

 

 

나는 살아오면서 남에게 험한 욕을 한 일이 없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욕도 안 하니 자꾸 예수 믿느냐고 묻는다. 인간을 틀 몇 개로 재단하면서 평생을 사는 바보들이 있다.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좀 위험하다. 자신들의 그 앙상한 틀에 들어가지 않는 나 같은 인간은 가늠조차 못 할 테니까.
p.51

 

그는 연쇄 살인범이다.
연쇄살인은 일종의 중독이라 멈출 수 없다고들 이야기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멈췄다.
그 계기라는 게 정말 교통사고로 인한 뇌 수술인 건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살인을 멈춘 채 평범한 사람들 속을 유영하며 살았던 시간이 26년.
놀랍도록 평온한 삶을 그는 살아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빛나는 살인의 기억을 간직 한 채.
살인 충동이 일지 않아 심심하고 평온했던 삶의 끝, 알츠하이머 판명을 받게 된 70세의 그는 다시 살인을 계획한다.
딸의 곁에 들러붇은 그놈은, 연쇄 살인범이 분명하다!
내 딸을 죽이기 전에 내가 먼저 그놈을 해치워야 한다.
아 제발, 이 사실을 기억해야 하는데. 자꾸만 어제의 기억이 사라진다.
처음 보는 딸의 남자친구, 뭔가 섬뜩하다.
수첩을 뒤지자, 그 속에 낯선 기록들이 꿈틀 거린다.
무슨 뜻일까.
자꾸만 사라지는 어제의 기억들을 붙잡고 싶다.
가까운 기억들은 형체도 없이 깨끗하게 지워지고, 수십 년 전 살인의 기억들은 선명하다.
집 뒤 대나무 숲이 울고 있다.
뽀족한 죽순이 돋아난다.
이상하다, 뭔가 잊은 것만 같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지난 시절의 연쇄 살인마.
그의 기억과 기록을 따라 글은 움직인다.
짧게 짧게 기록된 그의 일상의 단상들과 기억의 편린들.
몹시도 속도감 있게 글은 나를 끌고 갔다.
휘몰아치듯 급하게 나를 끌고 가는 글의 속도에 올라타, 문득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가 싶었다.
가독성이 지나칠 정도로 좋다.
그것은 대부분 장점일 텐데, 왠지 자꾸만 브레이크가 밟고 싶어졌다.
빠르게 지나쳐서 제대로 보지 못한 차창 밖 풍경이 궁금해졌다.
놓치고 있는 것은 그가 아니라 왠지 나인 것인 것 같은 기분.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찾아온 혼돈.

"혼돈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혼돈이 당신을 쳐다본다 _니체"

당신의 혼돈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나도 혼돈 속에 빠져버렸다.
당신을 지켜보았다는 혼돈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다.
당신의 기억을 나는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던 기억들과 마주치면서 어쩌면 나는 예감했던 건지도 모른다.
어긋나는 대사들과 두서없는 상황들.
치매환자의 전형적인 패턴을 따라가고 있었던 당신이었는데, 그럼에도 당신의 기록들을 나는 믿고 싶었던 모양이다.
당신은 그 기억을 잃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도 기록하고 남겼으니까.
그 기록들이 안타까웠으니까.

하지만 책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우리가 믿고 있는 기억들이 진실과 다를 수도 있다는 섬뜩함이다.
기억이란 얼마나 쉽게 날조될 수 있는지.
우리가 믿었던 그것들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망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
그 순간, 우리의 생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기억이 무너져내리며 나의 존재도 무너져 텅 비어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그 순간, 존재의 가치를 잃어버린다.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바로 그 순간.

 

과거를 상실하면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게 되고 미래 기억을 못하면 나는 영원히 현재에만 머무르게 된다. 과거와 미래가 없다면 현재는 무슨 의미일까.
p.93

 

우리의 '기억'이라는 것은 얼마나 정확할까.
치매환자의 기억들은 다 어디로 가버리는 걸까.
이 책은 두렵지만, 현실은 서글프다.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이 너무도 서글프게 묘사되어 있다.
엄마가 알츠하이머다.
속수무책으로 빠져나가버리는 손안에 움켜쥔 모래알 같은 기억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기억이 사라진 엄마.
엄마를 볼 때마다 엄마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내내 궁금했었다.
바로 어제가 기억나지 않는 삶이란 어떤 기분일까, 상상했었다.
나의 상상보다 책은 더 잔인했다.
어제를 잃어버린 오늘의 시간들이 얼마나 허무한지, 내일의 기억을 갖지 못하는 오늘의 삶이 얼마나 난처한지, 나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거다.
미루어 짐작이란 참, 어설프기 그지없다.

엄마는 오늘도 혼돈을 들여다보고 계실까.
책 속에 등장하는 반야심경의 한 구절처럼 공(空) 속을 부유하며 무(無)의 상태로 헤엄치고 계실까.
부디 그곳이 책 속에서 반증하는 공포의 공간이 아니기를.... 빌어본다.
기억을 잃는다는 건, 이토록 무서운 일이었던가.

 

 

 

연쇄살인범도 해결할 수 없는 일 : 여중생의 왕따
p.40

죄책감은 본질적으로 약한 감정이다. 공포나 분노, 질투 같은 게 강한 감정이다. 공포와 분노 속에서는 잠이 안 온다. 죄책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나는 웃는다. 인생도 모르는 작자들이 어디서 약을 팔고 있나.
p.44

 

 

종종 튀어나오는 블랙코미디적인 시니컬한 유머가 매력적이다.
가만 보면 나는 어둡고 날카롭고 꼬여있는 시니컬한 유머를 매우 좋아한다.
다른 책에서도 심각하고 어두운 상황에 등장하는 이런 유머에 마음을 빼앗기곤 했다.
연쇄살인범이 이토록 유머러스 해서야 원.
배척하고 싶은 인간상인데 매력을 느끼는 건 곤란하다.
작가의 매력적인 문장이 나를 홀린다.
그렇지만 연쇄살인범에게 홀리고 싶진 않다구요!

책장에 꽂아둔 김영하 작가의 다른 책들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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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감성 수채화- 따뜻한 마음이 가득 담긴 그림을 그리고 시를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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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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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82년생 김지영으로 대표되는 인물 중 하나다.
하필이면 그 해에 태어났고, 하필이면 여자인데다, 하필이면 지금 아이 엄마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딸로, 며느리로, 아내로, 엄마로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내게 이 책은 어쩐지 양날의 검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완벽히 공감하거나, 완전한 이해가 불가능하거나.
왠지 공감하지 못한 이방인이 되어버릴 것만 같은 그런 공포가 일렁였다.
그렇게 될까 봐 무서워서 여기저기에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어 댈 때도 눈 감고, 귀를 막았다.
나는 지극히 평범하고 흔한 보통의 사람이니까.
보편적이라는 그들과 '다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

책 속에서 만난 82년생 김지영 씨는
딸만 둘에 간신히 아들 하나를 낳은 서울의 어느 집 둘째 딸이다.
여자는 돈을 벌어 남자 가족(오빠, 남동생)의 학비를 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시절을, 딱 그런 방식으로 살아낸, 그래서 배움에 한이 있는 엄마를 가진 여자다.
할머니의 너무 당당한 남녀 차별을 몸소 겪으며 자랐고,
너무너무 흔하디흔한 치한들에 치이며 사춘기를 보냈고,
이제는 여자도 남자와 똑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축복받은 시대에 태어났지만 IMF라는 복병을 만나 흔들리는 가정 속에서 공부를 했다.
다행히도 퇴직당한 아빠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장사를 해서 적당한 돈을 벌었고,
감사하게도 다른 친구들처럼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며, 쪽잠을 자고, 빚을 떠안은 채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럼에도 취업의 벽은 높았고, 기대와 꿈을 갉아먹는 현실 앞에서 간신히 취직한 회사에서도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야 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결국 자신의 커리어와 삶을 내려놓은 채 육아에 전념하는 전업주부인 '엄마'가 되어버린 김지영 씨.
그녀는 결국, 어쩐지 내내 떠밀리고, 억울한 것만 같은 '여자'라는 인생에서 병을 얻고야 만다.
산후 우울증, 육아 우울증으로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울분 같은 것이 뒤섞인.

자, 이제 82년생 내 삶으로 돌아와 보자.
나는 아들만 셋인 집에 늦둥이에 막내로 태어났다. (심지어 친척들 중에서도 여잔 나 하나다.)
어릴 적부터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이쁨과 사랑을 독차지했다.
나이 많은 오빠들은 나를 이뻐하면 했지 나를 편애한다고 질투하거나 억울해 한 적은 없었다.
명절에도 나는 오빠들과 똑같이 절을 했고, 아빠 옆에 꼭 붙어서 같은 상에서 밥을 먹었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당연히 제일 먼저 내 차지였다.
나이 차이가 많은 오빠들 덕에 외동딸이나 다름없이 자랐기에 누군가와 내 것을 나눌 필요도 없었고, '여자'이기 때문에 청소를 하거나 밥을 하는 일도 없었다.
심지어 우리 집은 아빠가 엄마보다 꼼꼼해서 계란말이가 들어간 도시락도 아빠가 싸주셨고, 내 머리를 땋아준 것도 아빠였다.
직접적인 남녀 차별을 당하면서 자란 적은 없지만, 대신 시골에서 나고 자랐기에 세련되지 못한 옛날 사람의 정서를 그대로 답습하며 자랐다.
이를테면, 명절에 시댁에 가는 일은 당연하다고 알고 자랐고, 아이를 낳으면 엄마가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자랐다.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기도 하고)
그러니까 이미 세상이 정해놓은 어떤 틀에 대한 의문이나 거부감이 없는 인물인 것이다.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게 된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들이 '왜'그래야 하느냐고 세상에 따져 물을 때 나는 그냥 순응하며 세상의 뜻대로 살아왔다.
내게 주어진 '여자'의 역할에 적당히 순응하고, 적당히 무시하며(딱히 현모양처도 아니고, 딱히 열심히 주부 역할을 해내지도 않으며), 세상이 원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세상이 'A'라고 말하면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심히 넘기며 살아왔다.

그리고 오늘, 82년생 김지영 씨를 만났다.
무언가 늘 억울하고, 부당하고, 울분에 차 있는 것 같은, 어떤 면에서는 피해 의식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아주 잠깐 들뻔했던, 보편적이고 평범한 82년생 김지영 씨를.

이쯤에서 나는 고민하게 된다.
그녀가 살아온 삶의 곳곳에서 내 친구들의 삶의 흔적들이 발견되었고, 가끔은 내 삶의 흔적도 묻어 있었는데, 왜 나는 그녀처럼 내가 차별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가.
갑자기 내가 아무 생각도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왜 그렇게 멀리 학원을 다니느냐, 왜 아무하고나 말 섞고 다니느냐, 왜 치마는 그렇게 짧냐…… 그렇게 배우고 컸다. 조심하라고, 옷을 잘 챙겨 입고, 몸가짐을 단정히 하라고, 위험한 길, 위험한 시간, 위험한 사람은 알아서 피하라고. 못 알아보고 못 피한 사람이 잘못이라고.
p. 68

일상에서 대체로 합리적이고 멀쩡한 태도를 유지하는 남자도, 심지어 자신이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여성에 대해서도, 저렇게 막말을 하는구나. 나는, 씹다 버린 껌이구나.
p. 93

 

"우리 학교도 웃기지? 너무 똑똑해서 부담스럽다고 할 때는 언제고, 학교 지원 하나 없이 혼자 준비해서 합격하고 나니까 자랑스러운 동문 타령이야."
p. 99

 주어진 권리와 혜택을 잘 챙기면 날로 먹는 사람이 되고, 날로 먹지 않으려 악착같이 일하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동료들을 힘들게 만드는 딜레마.
p. 139

 

"그 커피 1500원이었어. 그 사람들도 같은 커피 마셨으니까 얼만지 알았을 거야. 오빠, 나 1500원짜리 커피 한잔 마실 자격도 없어? 아니, 1500원이 아니라 1500만 원이라도 그래. 내 남편이 번 돈으로 내가 뭘 사든 그건 우리 가족 일이잖아. 내가 오빠 돈을 훔친 것도 아니잖아.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
p. 165

 

그렇다.
김지영 씨 말이 맞다.
세상은 몹시도 부조리하다.
도처에 차별과 편견이 무차별적으로 널려 있다.
무심코 밟으면 펑 하고 터지는 지뢰처럼 우리들 발밑에서 언제든 터질 준비가 된 채 숨죽이고 있다.
나는 그것을 정말 몰랐을까.
아니면 싸우고 싶지 않아서, 화내고 싶지 않아서, 그저 외면하고 모른 채 해 온 것은 아닐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꿈을 박탈 당한 채 분노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어쩌다가 나는 이토록 무디고, 안일하고, 무관심하고, 근시안적인 사람이 되었을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지만, 성추행을 했던 상사도 만났었고, 어리다는 이유로 대놓고 하대와 욕을 하는 남자 직원을 만난 적도 있었다. (당연히 그 직장은 대판 싸우고 그만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그 모든 일을 겪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 사람의 쓰레기 같은 인격을 욕했고, 하필이면 그런 인간을 마주친 재수 없음에 한탄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사회의 더러운 이면 정도로 치부하며, 모든 직장인들이 다들 그렇게 서글프게 돈 벌며 살아간다고 위안했다.
애초에 '직장생활'에 내 꿈같은 건 없었고, 그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 생각했기에, 먹고살려니 더러워도 참았고, 서러워도 참았고, 부당해도 참았다.
결혼을 하면서는 그 더러운 밥벌이를 그만해도 된다는 사실에 감사할 지경이었다.
(여전히 그 더러운 밥벌이 중인 남편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심심한 사과의 말을 건넨다. 진짜 미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들이 커가는 동안 나는 전업주부로 살았다.
내 삶이 사라진 것 같고, 통째로 부정당하는 것 같은 시절은 아직은 오지 않았다.
주위의 말을 들으면 곧..... 그 시절이 올 것 같긴 하다.
대체로 아이들의 사춘기와 엄마의 갱년기가 만나서 충돌할 때 가장 크고 서럽게 내 삶을 부정당하고 도둑맞은 느낌을 느끼게 된다니까 그리 먼 미래는 아닌 것 같다.
그쯤 되면 나도 내 삶의 아주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 독립투사처럼 사회의 부조리들과 싸워 이기고 싶어질까.
내 삶의 이유를 가족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 더 빛나고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의 존재를 알게 될까.

아직 나는 모르겠다.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김지영 씨보다는 덜 차별받은 삶을 살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의 삶 또한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더 절절하게 차별 앞에 내던져질지도 모른다.
언제까지나 전업주부로 살기엔, 덜 가진 사람들에게 세상은 너무 팍팍하니까.
결국 나는 다시 그 더러운 밥벌이를 하러 사회 속으로 섞여 들어야 할 테고, 그나마 어리다고 용서되었던 어떤 것들 마저도 이젠 나이 들었다고 타박 받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여전히 세상의 이면은 불합리함과 차별과 편견으로 점철되어 있을 테니까.

하지만 커리어가 단절되어 있던 그 긴 시간 동안
'엄마'라는 이름으로 '여자'이기 때문에 포기했던 어떤 것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엄마'가 아니었다면 누렸을 다른 삶의 모습들에 미련 또한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되어, '여자'로서의 어떤 인생들을 기꺼이 포기해야 했지만,
'내 생활, 일, 꿈,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다'고 억울해하고 싶지도 않다.
한 생명을 온전히 키워내는 일이 그것들 보다 더 가치 있다고 믿고 싶다.
김지영 씨가 그렇게도 억울해 하던 것이 나에겐 그다지 억울하지 않은 일 중 하나다.
누군가 강제로 내게 선택을 강요하고 굴복시켰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것이야말로 나 자신을 정말 비참하게 만드는 일 일 테니까.
누군가가 결정지어준 인생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 어차피 내 선택인 것이다.
선택한 이상, 가지 않은 길에 대해 징징대며 돌아보고 싶지 않다.

"나도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에요."
점원의 뜬금없는 말에, 어이없게도 김지영 씨는 울컥 서러워졌다.

 

 차별에 그렇게나 억울하고 서러웠던 김지영 씨는 이 한 줄 덕분에 그간 그녀를 차별했던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결국 그녀도 직업을 차별했고, 학력을 차별했고, 스스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들을 마음속에서 하찮아 한 것이다.
남과 여의 차별만 세상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차별의 한 단면일 뿐이다.
대학을 나와 나름의 커리어를 가지고 살아왔던 그녀는 아이스크림을 푸는 일을 분명 하찮게 여겼다.
스스로가 '그런 일'을 해야 한다는 데에 서러움을 느꼈다.
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는 것인가?
대학까지 나온 그녀들은 '그런 일'을 하기에 너무 고귀한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라니.
숨길 수 없는 인간의 본성에 웃음이 났다.
나의 가치를 그렇게 밖에 드러낼 수 없다니. 그것이 더 서글픈 일이다.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옷을 입든, 어디에 서 있든, 그 사람 고유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나는 믿는다.

세상이 들이대는 잣대에 화를 내면서도 결국 그녀도 세상의 잣대로 남들을 바라본다.
환자를 이해하고 세상의 차별에 안타까워하며, 비슷한 일을 겪은 아내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도, 결국 세상과 하나도 다르지 않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정신과 의사처럼.

우리는 다 차별받고, 차별하고, 편견 어린 시선을 버리지 못한 채 살아간다.
여자라서 억울하고, 남자라서 억울하고, 배우지 못해 억울하고, 너무 많이 배워 억울하다.
가만 보면 산다는 일 자체가 문득문득 콱, 목이 막히게 치고 올라오는 억울함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왜 그렇게 늘 억울하고 서글플까.

결국 나는 김지영 씨의 삶을 완벽히 공감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삶을 이해하긴 했다.
82년생 김지영.
그녀는 내 친구다.
나와 다른 삶을 살더라도, 나는 내 친구를 응원할 것이다.

 

 

 

 

82년도는 내게 아직도 어리고, 젊은 해인데 어쩌다 한 시대를 나타내는 표상 같은 해가 되어 버렸을까.
어떤 시대의 표상이 되어버린 김지영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며
내가 나이를 먹긴 했구나, 어쩌다 어른이 되어버렸구나 싶어서 생경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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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지 마 과학! 5 - 정신이 태양계에 정신 놓다 놓지 마 과학! 5
신태훈.나승훈 글.그림, 류진숙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와 배꼽이 빠져라 웃으며 봤던, 놓지마 정신줄.
천재지만 괴짜인 정신이와 힘이 천재인 정주리.
둘의 변신전, 후 모습도 너무 웃기고 에피소드들도 참 재밌었다.
노랑 추리닝 정신이가 학습만화로 찾아왔다.

 

"놓지마 과학!"

 

내내 사야지 했었는데 미뤘다가 이번에 5권을 읽고 1~4권을 모두 구입했다.ㅎ
아이들이 너무 심하게 좋아한다.
사실 나는... 학습만화보다 그냥 놓지마 정신줄이 더 잼난다는 사실.ㅋㅋ

학습만화를 직접 읽어본 건 처음인 것 같다.
집에 여러 종류의 학습만화가 있는데 한 번도 읽어 볼 생각은 안 해봤다.
내 책 읽기 바빠서.;; (좋은 엄마 되긴 글렀다.;;;)

 

 

 

에피소드 하나의 끝마다 이렇게 짧은 글로 정리를 해뒀다.
큰아이는 이렇게 정리된 과학 상식을 좋아하는 반면 초3인 둘째 아이는 오로지 만화에만 집중, 집중!!
다행히도 만화만 봐도 다 알 수 있는 내용이라 줄글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딱히 부담은 없을 것 같다.
코믹한 만화 컷에 더 홀릭 하며 읽는다.ㅎ

 

 

 

5권에서는 정신이와 함께 친구들이 우주여행을 떠나 태양계의 행성들을 하나하나 찾아간다.
태양계 이야기가 주를 이뤘기 때문에 전체 에피소드가 끝나자 이렇게 행성 전체에 관해 요약해놓은 페이지가 나온다.
학습만화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놓은 느낌.

큰 에피소드가 끝난 후 그 나머지 에피소드들이 연관성이 있거나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져 간다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그냥 두서없는 에피소드의 나열인 듯 느껴져서 그게 참 아쉬웠다.

하지만 초등 6, 초등 3. 두 아이는 열광했다.
쉽게 설명해줘서 알아듣기 쉽고, 일단 너무 재밌단다.
재밌으면 됐지!!
책은 일단 재밌어야 읽는 거니까.ㅎㅎ

가장 최근 샀던 학습만화는 쿠키런 과학시리즈. (그러고 보니 이것도 과학이구나)
이 시리즈도 끊임없이 출간되다 보니 끊임없이 사야 한다. ㅠㅠ
이제 놓지마 과학도 시작했으니 또 끊임없이 사야 겠다.
늪이다,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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