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 게시판에 걸어놓은 시.
중3 남자 아이들한테는 관심 밖이겠지만 담임이 너희들을 향해 거는 주술이다.
나무처럼 젊은이들도
- 김 광 규
동짓달에도 날씨가 며칠 푸근하면
철없는 개나리는 노란 얼굴 내민다
봄이 오면 꽃샘추위 아랑곳없이
진달래는 곳곳에 소담스럽게 피어난다
피어나는 꽃의 마음을
가냘프다고
억누를 수 있느냐
어두운 땅속으로 뻗어나가는 뿌리의 힘을
보이지 않는다고
업신여길 수 있느냐
땅에 깊숙히 뿌리내리고
하늘로 피어오르는 꿈을
드높은 가지 끝에 품은
나무처럼 젊은이들도
힘차게 위로 솟아오르고
조용히 아래로 깊어지며
밝고 넓게 퍼져나가기를
그러나 행여 잊지 말기를
아무리 높다란 나뭇가지 끝에서
저 들판 너머를 볼 수 있어도
뿌리는 언제나 땅속에 있고
지하수가 수액이 되어
남모르게 줄기 속을 흐르지 않으면
바람결에 멀리 향냄새 풍기는
아카시아도 라일락도
절대로 피어날 수 없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