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조인간
시마다 마사히코 지음, 양억관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2/3 정도 독서를 한 다음 이 책을 읽고 어떻게 서평을 쓰나, 하는 마음에 쉰을 훌쩍 넘기신 엄마께 책을 권해드렸다.

엄마는 오후 내내 진지하게 독서에 몰입하신 다음 "너는 이 책 읽지 마라."라고 단호히 말씀하셨다.

한 생명의 신성한 탄생과정부터 장난처럼 묘사하고 있는 이 소설은 너무나 불온할 뿐더러 우리나라 사람의 정서와는 도무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하셨다.

겉으로는 얌전하고 신사적이지만 언제든 섬 밖으로, 룰 너머로 튀어나가고 싶은 일본 사람들의 감춰둔 욕망 해소를 위해서 쓰여진 잡담에 불과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렇게 마구 불쾌했던 건가?"

"번역한 사람의 능력이 놀라울 뿐이다. 소설처럼 옮기느라 애 많이 썼겠더라."

엄마의 혹평에 대부분 공감하며 나도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런 다음에는? 라는 질문에 이 책은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는다.

아쿠마 카즈히도라는 다분히 유아적이고 엽기적인 존재를 이야기 전면에 내세워 작가가 홀로 이런저런 발칙한 장난을 치면서 억눌린 무언가를 배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살면서 이따금씩 조각난 파편처럼 의식 속을 떠다니곤 하는 유치한 사고, 지독하게 무료하거나 사람들로부터 환멸을 느낄 때마다 머릿속 한 귀퉁이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엽기적인 상상, 그것들을 펼쳐놓는 데 굳이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릴 필요가 있을까.

배설을 통한 자기만족과 자기위안이 필요하다면 일기를 쓰거나 수기를 쓰면 된다.

독자는 소설을 읽으며 배설을 추구하긴 해도 작가가 여과 없이 쏟아놓은 적나라한 배설물을 보고 싶어하진 않는다.

소설은 보편성을 추구함으로써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장르다.

추한 가운데에도 아름다움이 숨어 있고 독특한 가운데에도 진실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 무엇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경계 없이 흘러다니는 지나친 자유로움은 오직 혐오감만 준다는 깨달음 하나가 내가 건진 것의 전부다.

이렇듯 내 취향과는 전혀 맞지 않는 책이었으나 애쓴 번역을 고려하여 별 두 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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