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네마천국
너무나 유명해서 별 말이 필요없는 영화. 그러면서도 문득문득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 '거의 모든 것의 영화'라고 해도 좋을만큼 인생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우정에 대해서, 이 영화가 다루지 않고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적어도 내가 아는 마니아들, 영화를 좋아하거나 영화에 대해 뭘 좀 안다는 사람들은 대개 이 영화를 지금까지 보아왔던 최고의 영화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작은 마을의 영사 기사를 꿈꾸던 꼬마 토토가 나중에 세계적인 영화 감독으로 성장하게 될 때까지의 과정을 다정하면서도 절제된 시선으로 그려나간 작품이다. 특히 영화 한 컷 한 컷의 느낌을 효과적으로 살려주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과 영화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토토를 위한 알프레도 아저씨의 마지막 선물, 즉 흑백화면의 편집된 키스신들은 매우 인상적이다.
2차 대전 직후인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아버지 없이 가난하게 살고 있는 토토는 광장에 있는 '시네마 파라디소'라는 영화관을 들낙거리며 영사 기사의 꿈을 꾼다. 외롭고 힘든 직업이라는 것을 알기에 영사 기사인 알프레도 아저씨도 토토를 만류하고 가난과 생활고에 지친 토토의 어머니도 영화만 좋아하는 토토를 꾸중하지만 영화와 영사 기사의 일에 대한 토토의 열정은 쉽게 가라앉질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영화관에는 화재가 발생하고 토토가 알프레도 아저씨를 불길 속에서 구해낸다. 그 이후 토토는 아저씨로부터 영사 기사 일을 배우게 되고 그의 뒤를 이어 시네마 파라디소를 지키는 영사 기사가 된다. 청년이 된 토토는 엘레나라는 아름다운 소녀와 사랑에 빠지지만 첫사랑의 인연은 어긋나 버리고 알프레도 아저씨의 조언대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꿈을 펼치기 위해 마을을 떠난다. 영화 감독으로 성공하고 이제 중년이 된 토토는 알프레도 아저씨의 부음을 듣고 마을로 돌아와 첫사랑의 연인이었던 엘레나와 재회하게 되고 아저씨의 마지막 선물인 키스신 편집 필름을 보며 추억의 여운을 느낀다.
알프레도 아저씨는 엘레나가 남긴 메모에 대해 토토에게 말하지 않았다. 만약 토토가 엘레나의 연락처가 담긴 그 메모를 읽었다면 그들은 사랑을 이루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저씨는 토토가 작은 마을의 영사 기사로 머물러 있길 바라지 않았다. 첫사랑을 잃는 아픔 대신 그가 자신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성장하길 바랬다. 토토는 몰랐던 사실에 잠시 놀라워 하면서도 그런 알프레도 아저씨의 마음을 이해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바로 이러한 면에서 우정이 사랑보다 공정한 것 같다. 사랑의 에너지는 점차 뜨거워짐에 따라 서로를 영원히 소유하고픈 열망으로 나아가게 되어 있지만 우정은 그에 비해 적정 온도의 공정함에 기반하고 있기에 친구의 성장을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객관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알프레도 아저씨는 때로는 아버지같은 엄격함과 너그러움으로, 때로는 친구같은 공정함과 다정함으로 토토를 사랑했다. 다소 초점을 벗어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남녀간의 사랑도 이러한 우정의 요소들을 충분히 활용할 수만 있다면 훨씬 더 오래, 서로의 성장을 도우면서 신실한 감정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