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가나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 ♬

토요일에는 TV 퀴즈 프로그램에 같은 과 선배가 학생들과 함께 출연하여 1등을 하더니만 오늘은 동기 어르신 하나가 순회 나오는 중국어 선생님과 크리스마스 이브에 결혼을 한단다. 한 때는 매일 얼굴을 마주치며 수업을 들었지만 이제는 일상에서 멀어진 사람들의 소식이 이렇듯 간간히 들려온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세상은 어찌나 좁고 내가 사는 이 지역은 어쩌면 이렇게 손바닥 만한지 뛰어봤자 벼룩이구나, 싶은 섭섭하고도 우스운 느낌이 든다. 졸업생의 대부분이 같은 직종에 종사하여 엇비슷한 길을 가게 되기 때문이긴 한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나도 그들이 먼저 걸어간 길을 비슷하게 따라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심란한 마음마저 들 때가 있다. 나는 대학 시절부터, 언어가 통하고 의식주가 해결되고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몽상에 빼앗기지 않을만한 일이 있다면 낯선 도시의 익명의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든, 그것이 매우 사소한 일이든 아니면 매우 중대한 일이든, 나의 측근들이 그 소식을 모르고 그 소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말이다. 그런데 나의 바람과는 전혀 다르게, 나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직업을 택하게 되었고 주말이 지나면 나를 시장 모퉁이나 가지도 않은 도시의 버스 안에서 보았다는 생뚱맞은 발언들이 꼭 귀에 들어온다. 그런 순간마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길가의 돌맹이나 풀 한 포기로 化 해버리고 싶은 욕망이 불쑥거린다. 하긴 이 곳처럼 좁은 지역사회에선 길가의 돌맹이가 닳아가는 모습이나 풀 한 포기의 흔들림조차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될지도 모르지. 돈을 많이 벌어서 웡카 씨처럼 초콜릿 공장을 세운 다음 모든 문을 폐쇄시키고 내멋대로 살고 싶다. 그리고 나중에 늙으면 찰리처럼 착하고 의젓하고 용감한 어린 아이를 선발해서 공장을 물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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