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S의 어머니는 곧 재혼을 하게 되었다며 S의 앞으로의 진로 및 거처에 대해 나와 의논하기를 원했다. 통화를 하면서 그 동안 모르고 있었던 부분까지 다 알게 된 셈이었는데 별다른 생각은 나지 않고 난 줄곧 "S가 어머니와 함께 살았으면 좋겠어요." 란 아이같은 말만 나왔다. 다행히 재혼을 계기로 살림을 합쳐 같이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 같았다. 그리고 사정이 더 나쁘다고 하더라도 아직 미성년인 아이에겐 다른 어떤 존재보다도 어머니가 필요하고, 어머니가 없다면 어머니를 대신할 사람이라도 필요한 법이다. 일 년을 보내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아이고 나를 가장 실망시켰던 아이지만 S를 알면 알수록 저만큼 커 주는 것도 다행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환경이 불우하다. 그렇다고 부모를 탓하자니 그의 어머니는 가장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혼자 억척스럽게 살아가기엔 너무 곱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세상에는 걷어차이면 걷어차일수록 더 강해지는 사람도 있지만 걷어차인 이후 그 상처를 그대로 내보이며 사는 연약한 사람도 있는 것이니까. 어쨌든 S는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졸업을 하게 되었고 가까운 상업고등학교로 원서를 낸 상태다.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되어 새 교복도 입을 것이지만 어머니와 떨어져 살면서도 꼿꼿이 자신을 추스리기엔 너무 마음이 좋고 심하게 외로움을 타는 성격이다. 나는 자기 자식을 믿지 못하는 부모들도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자기 자식을 너무 믿는 부모들 역시 나쁘다고 생각한다. 자식에게 해줘야 될 기본적인 것들을 해주지 않으면서 "저는 제 자식을 믿으니까요."라고 말하는 것은 "저는 제 자식이 어찌 되든 상관 없습니다."와 똑같은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S의 어머니가 좀더 용기를 내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란 멀리 떨어져서 무언의 사랑과 응원을 보내는 것보다 엄마가 차려주는 따듯한 밥상 한 번을 더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슬픔이 S를 키우되 치명적인 독이 되지 않기를 마음 속 깊이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