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김점선 - 개정판
김점선 지음 / 깊은샘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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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자유롭다 - 김점선 作

 

사람이 진정으로 자유롭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지금보다 어릴적의 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참 많이도 헤맸었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목록을 밤새도록 써보기도 하고 사주나 관상 같은 운명철학에도 기웃거리는 등 나를 규정하기 위해 참 오래도 방황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밥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고 인생의 중요한 고비에서 혼자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몰두할 수 있는 용기도 없으면서 나를 규정하는 일이 그만치 중요한 것일까?

그리고 오히려 나를 규정하는 것은 그만큼 나를 어떤 테두리 안에 가두는 것은 아닐까?

내가 어떤 사람이든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보다 많은 자유였고, 자유롭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보다 나라는 인간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 대한 탐색보다는 나를 살아내는 것. 그 살아내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나다움.

마음이 원하는 소리를 따라서 솔직하게 투명하게 살다보면 나는 아무도 닮지 않은, 단 하나뿐인 특별하고도 멋진 존재가 되어 있지 않을까?

마냥 자유롭고 행복한 경지에 이르러 머리를 풀어 헤치고 신발도 벗은 채로 하늘을 걷는 느낌.

<나, 김점선>에서 그러한 '자유'를 보았다.

그리고 유년시절의 행복했던 기억, 사랑받았던 기억은 우리의 남은 생에 그 무엇보다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주고야 만다는 '애정의 효능'을 실감했다.

사랑은 고통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면역제가 되어준다.

화가 김점선이 인생 앞에서 그만치 두려움 없이 당당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그녀의 책 속에서 발견되는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의 현명하고 따듯한 사랑 덕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스스로를 감당할 수 있는 떳떳하고 자유로운 사람으로 키워내는 것.

그것은 필요한 것 모두를 코앞에 갖다 주면서 울타리 안에 가두는 교육이 아니라 너른 세상을 보여주고 잘하는 점을 찾아내 부지런히 칭찬해 주는 교육을 통해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 교육에 대한 tip까지 나른하고 각박한 삶 속에 휘둘려 지내던 사람들이라면 배울 점이 많은 책이다.

혹시 'TV 책을 말하다'를 보면서 화가 김점선의 언행에 호기심 내지 호감을 느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권해드리는 바이다. 

 난 참으로 오랜만에 겉과 속이 똑같은 착한 사람을 발견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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