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끝자락이다.
나는 어찌어찌 잘 살아내고 있다.
5월은 많은 것이 드나들어 힘겨운 달이었는데 역시 그 또한 지나갔다.
김현이 기형도의 시를 가리켜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라 했다던데 청춘의 시점이란 본래 그러한 것일까.
어깨에 귀신 하나씩 얹고 꾸역꾸역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내가 아직도 늙지 못했다는 것이 유감이다.
그 사이 영달이는 싱그런 식물처럼 무럭무럭 자라난다.
이 황홀한 생명 덕분에 내가 전부일 수 없고 내가 전부일 수 있다.
더 살아야 한다.
살다보면, 그로테스크가 유모레스크로 변주될 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