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하게 각진 칸막이로 서로를 분리한 낯설고 스산한 교무실 정경. 의례적인 안부를 나누고 자필로 꾹꾹 눌러 복직원을 쓰고 돌아오는 길. 이 시를 떠올렸다.  

Coda 

        Octavio Paz


Perhaps to love is to learn
to walk through this world.
To learn to be silent
like the oak and the linden of the fable.
To learn to see.
Your glance scattered seeds.
It planted a tree.
I talk
because you shake its leaves. 


코다

          옥타비오 파스


사랑한다는 것은 아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우화 속 참나무와 참피나무처럼
묵묵히 있는 법을 배우는 것.
보는 법을 배우는 것.
그대의 눈길은 씨를 뿌렸다.
한 그루 나무를 심었다.
내가 말을 하는 것은
그 나무의 잎들을 그대가 흔들기 때문.

  코다. 이 시는 나의 세밑과 아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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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0-12-2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네모나게 각진 안에 사는 사람들 얼굴은 둥글답니다.
착잡하신 마음이 짧은 글에 잘 들어 있네요. ^^
혹시 압니까? 내년에 옆자리에 앉으실 분이 평생 만나실 좋은 벗인지도... ㅎㅎ
그런 희망을 안고 저도 올해를 마무리하고 싶네요.

깐따삐야 2010-12-30 09:21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러네요. 먼나라 시인이 제 마음을 아주 잘 대변해주더라구요.
혹시 가능하다면 부지런하고 말수가 적은 분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못 그러니 도움 좀 받으려면.ㅎㅎ
글샘님도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옆자리에 좋은 짝궁 만나시길 바랄게요.

L.SHIN 2010-12-29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네요...
근데, '세밑'이 무슨 뜻인가요? 확실히 깐따님은 저보다 먼저 지구에 온 티가 나요( -_-)힛

깐따삐야 2010-12-30 09:24   좋아요 0 | URL
이 시 보자마자 좋아졌어요.

세밑은 한 해가 끝날 무렵을 가리킨답니다. 연령으로 봐선 엘신님이 먼저 오신 것 같은데...? 형님이시잖아요. 홍홍.^^

L.SHIN 2010-12-30 18:19   좋아요 0 | URL
오!

2010-12-30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1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