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머니 무덤이 있는 우리 집 선산의, 다복솔에 덮인 작은 산등성이가 그리워서 새벽 술을 마시면서 식구들 몰래 눈물을 훔치고는 했습니다. 내게는 그 작은 산등성이가 세계의 중심입니다. 

나에게 어머니는 유한(遺恨)과 동의어입니다. 

슬픈 그리움의 원적(原籍)입니다. 

- 이윤기, '그리움이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하면' 中, <어른의 학교> -  

  시공을 초월한 광활한 사유를 하셨던 어른도 알고보면 어머니 무덤이 있는 작은 산등성이가 세계의 중심이었다. 다시 읽으니 넉넉한 촌철살인의 경구들 속에서 위의 고백이 눈에 띤다. 안타깝기에 앞서 참 아까운 죽음이지만 이제는 그리움이 시작되는 저 푸근한 산등성이로 훨훨 날아가시길 빈다.  

  어린 것들도 능히 스승 노릇을 하니 우리 사는 데가 온통 학교가 아니고 무엇이냐던 겸손한 말씀처럼 남은 사람들은 그 배움의 의지와 자세를 기억하며 주어진 삶을 차곡차곡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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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0-08-28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옹'으로 호칭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였죠. 갑작스런 소식에 안타깝기만 합니다...

깐따삐야 2010-08-28 12:0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앞으로 한 십년은 더 활기차게 쓰셨을텐데 참 아깝고 안타까워요.